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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엽기자〈체육팀〉 |
어린 시절 김수용 작가의 인기 만화책 '힙합'으로 처음 비보잉을 접한 뒤 힙합 소재 다큐멘터리 '댄스불패'와 쌍둥이 댄스 듀오 '량현량하'를 보면서 비보잉에 대해 동경해 왔다. 친구와 함께 지역에서 비보잉을 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청소년 수련관에 찾아가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단순한 검색으로 비보잉 관련 영상과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남들의 눈을 피해 무대를 준비하는 그들의 열정에 큰 영감을 얻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태동한 이스포츠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5인 팀 기반 게임의 글로벌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젊은 세대를 통틀어 리그오브레전드 선수 '페이커' 이상혁만큼 폭넓게 인기 있는 스포츠 선수를 찾기 어렵다. 페이커는 스포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영향과 경쟁을 통해 영감을 준다면 그것이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라 생각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비보잉과 이스포츠는 나란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비보잉에 출전한 '홍텐(Hong10)' 김홍열은 은메달을, 페이커를 필두로 한 리그오브레전드 출전 선수들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비보잉은 다시 한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불혹을 눈앞에 둔 홍텐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비보이 신(Scene)에서 전설로 여겨진다. 세계 최대 비보잉 대회인 'Red Bull One World Final'에서 3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2006·2012·2023년 긴 기간을 두고 우승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비보이 역사로 명성을 굳혔다. 독자적인 동작과 음악에 맞춘 끝맺음을 더해 매번 새로운 기술로 관중과 상대 선수에게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
홍텐은 지난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퀄리파이어 시리즈(OQS) 2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첫 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냈다.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게 된 것. 비행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에서 펼칠 그의 몸짓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현대 스포츠를 통해 영감을 얻는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김형엽기자〈체육팀〉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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