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한국전선문화관, 개관 이후가 더 중요하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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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  수정 2024-07-04 06:57  |  발행일 2024-07-04 제23면

[영남타워] 한국전선문화관, 개관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백승운 문화부장

한국전선문화관(이하 전선문화관)이 지난 3월 대구 향촌동에 개관했다. 전선문화(戰線文化)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6·25전쟁 당시 대구로 몰려든 피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상과 작품을 조명하고, 대구에서 꽃피운 전선문화를 소개·전시한다. 전선문화는 전쟁 당시 한국문단과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대구에서 꽃피운 독특한 장르다. 대구만의 자산이기도 하다.

전선문화관이 문을 열면서 기대가 크다. 대구의 문화예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심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단순히 아카이빙 공간으로만 머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곳간을 채워야 한다. 동시에 콘텐츠를 확장시켜야 한다. 여전히 익숙지 않은 '전선문화'라는 테마를 일반화하고 대중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전선문화관에 전시된 자료도 꽤 다양하다. 하지만 곳간은 채울수록 더욱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매번 이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전쟁 당시 발행된 신문에 게재된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복원하고 DB화해야 한다. 영남일보에만 해도 당대 문인들이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써 내려간 문학작품이 수두룩하다. 전쟁이 소강기에 들면서 휴간했다 다시 발행한 전국의 신문에도 상당수의 작품이 남아 있다. 대부분 대구에서 창작된 작품들이다. 이 모든 작품들이 곳간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만한 '곡식'들이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복원해 이를 콘텐츠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책으로 출판된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도 살펴봐야 한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박목월이 시인으로 데뷔한 1939년 무렵부터 1970년대 별세 직전까지의 작품을 망라한다. 박목월은 전쟁 초기에는 문총구국대의 일원으로, 1·4후퇴 이후에는 공군종군문인단(空軍從軍文人團), 일명 창공구락부(蒼空俱樂部)에서 활동하며 대구에 머물렀다. 출간된 책에는 전쟁 당시 대구 시절의 작품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전선문화관의 곳간을 채울 자산이다.

전쟁기에 대구에서 창간된 청소년잡지 학원에 실린 작품과 그동안 전선문화를 연구한 논문,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유족이나 개인들이 소장한 자료도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문학뿐만 아니다. 음악, 미술, 영화, 연극 등 장르를 불문한 작품들이 수없이 남아 있다. 이제는 이를 본격적으로 복원하고 콘텐츠화해 전선문화관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동시에 세미나와 포럼, 강연 등을 열어 다양한 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선문화관 개관을 계기로 지지부진했던 향촌동 일원을 벨트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아련하게 남아 있는 전쟁 당시의 건물과 거리를 잇고 묶어 스토리텔링 한다면 콘텐츠로서의 확장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도 지난 4월 영남일보 기고를 통해 "한국전선문화관은 '피란문화수도'의 상징공간으로 도심의 다른 문화유산을 연결하는 허브 기능이 필요하다. 대구문학관의 문학로드, 근대골목 투어, 인근 복합문화공간인 대화의 장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공간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선문화관 개관은 이제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곳간을 채우고, 채운 곡식을 콘텐츠화할 때 더욱 융성해질 수 있다. 향촌동 일원의 유무형의 자산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백승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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