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회 권력의 질주, 이진숙 방통위원장 업무 하루만에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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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5  |  수정 2024-08-05 07:02  |  발행일 2024-08-05 제23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정지를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장을 준 지 딱 하루 만이다. 장관급 이상 공직자가 공식업무을 시작하자 국회에서 곧장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전례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놓고 "사람이 단 하루 만에 탄핵당할 만큼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탄핵은 무고(誣告)란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나치 전범과 부역자들을 끝까지 쫓아가 처벌한 것으로 독재에 부역하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진숙'을 나치 전범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의 힘을 믿고 강행한 의회 폭거란 점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이 위원장의 탄핵 최종 결정권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헌재가 '하루만의 탄핵'을 인정할 것으로 예측되지는 않는다.

정치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KBS, MBC 공영 지상파 방송을 놓고 정권쟁탈에 버금가는 혈투를 펼쳐왔다. 이번 '이진숙 공청회'가 야당의 파상공세로 사흘간이나 진행된 것도 그런 배경이다. 집권세력은 방송을 자신들이 유리한 권력집행의 구도 속에 놓고 싶은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직전 민주당 정권은 그 유혹의 강도가 더 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방송의 '기계적 중립'을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공정한 저널리즘 구현은 이제 복잡한 사안이 됐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점은 민주당의 이번 탄핵은 저널리즘을 향해 요구되는 정치권력의 최소한 절제를 훼손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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