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혁신도시, 지역상생은 '헌신짝'…외면받는 지역 인쇄업체

  • 이승엽
  • |
  • 입력 2024-08-12  |  수정 2024-08-12 07:23  |  발행일 2024-08-12 제3면
2022~2023년 인쇄물 계약총액 166억원
지역 업체 계약액 36억원, 21.9% 그쳐
인쇄조합 "2년간 130억원 지역자본 역외유출" 주장
"공공기관 이전 취지와 어긋나" 비판
한국도로공사 등 3개 기관 정보공개 거부
대구경북 혁신도시, 지역상생은 헌신짝…외면받는 지역 인쇄업체
대구경북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쇄업체 이용률이 저조하다. 사진은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전경. 대구시 제공.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쇄업체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 및 상생을 추구하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지난 2년간(2022~2023년)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4곳의 인쇄물 계약 규모는 총 166억5천여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중 지역 인쇄업체와 맺은 계약액은 전체 21.9% 수준인 36억4천여만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130억 원은 외지 업체에 일감을 밀어줘 조합은 막대한 지역 자본이 역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조합이 지난 4월 말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24곳 중 정보공개 사이트에 등록된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인쇄물 계약 현황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결과다. 조합에 자료를 제공한 공공기관은 대구 9곳, 경북 5곳이다.

대구(신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중 그나마 지역업체 이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이었다. 조사 기간 중앙교육연수원은 총 97건(2억6천만 원)의 인쇄물 계약 중 93.8%에 해당하는 91건(2억4천만 원)을 지역업체와 계약했다. 이어 한국사학진흥재단(85.7%), 한국부동산원(83.3%), 한국산업단지공단(68.4%), 신용보증기금(56.5%),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51.9%)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904건(19억8천500만 원) 계약 중 지역업체 이용은 98건(10.8%) 3억8천200만 원에 그쳤다. 한국가스공사(28.6%·2천800만 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35.1%·2억3천100만 원) 등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역업체 이용률을 보였다. 중앙병역판정검사소의 경우 이 기간 인쇄물 계약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김천혁신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56.9%)와 대한법률구조공단(53.6%), 한국교통안전공단(41.5%)만 간신히 체면치레했을 뿐, 우정사업조달센터(15.4%), 한국전력기술(16.7%)은 지역업체 이용률이 20%에도 못 미쳤다.

특히 우정사업조달센터는 이 기간 대구경북 통틀어 가장 많은 37억8천600만 원의 인쇄물을 제작하면서 지역업체와는 고작 5천100만 원 어치만 계약하고, 나머지 37억3천500만 원을 외지 업체에 퍼줬다.

한국전력기술도 전체 31억3천300만 원 중 29억9천900만 원을 외지 업체에 주면서 지역 업체에는 쥐꼬리만 한 1억3천400만 원만 일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역시 19억8천100만 원 중 외지 업체에 15억5천 700만 원을, 지역 업체엔 4억2천400만 원만 발주했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3개 기관은 영업상 비밀침해 등을 이유로 아예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처럼 자료제공을 거부한 기관까지 포함하면 이전 공공기관들의 실제 지역업체 이용률은 더 낮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취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지역업체 외면은 혁신도시 운영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순히 업무 편의 등을 위해 지역을 벗어나 더 먼 곳에 있는 업체와 계약을 고수하는 행태는 불필요한 물류 비용 증가 등 탄소 중립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조합 관계자는 "국가 및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라면 당연히 지역 상생이 첫 번째 가치가 돼야 한다"라며 "대구시와 경북도, 그리고 시·도 의회는 이러한 상황을 방관 말고 지역업체 이용률을 법제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적극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승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