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의료 공백' 우려…수련병원 대신 전문병원으로 환자 몰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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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16 17:00  |  수정 2024-09-16 17:57  |  발행일 2024-09-16
대구의료원 등 응급실 진료에 큰 어려움 없어
어르신·아동 대상 전문병원 등은 진료 환자들 몰려
추석 연휴 의료 공백 우려…수련병원 대신 전문병원으로 환자 몰려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16일 오후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최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수련병원 응급실 대신 특정 진료과목에 특화된 전문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도드라졌다.

대구지역 수련병원인 대구의료원 등은 진료에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한 모습을 보인 반면 어르신과 아동 등을 대상으로 난이도 있는 의료 행위를 하는 전문병원들은 몰려든 환자들로 인해 숨 가쁜 진료 일정을 소화했다.

추석 전날인 16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 응급실은 예상 외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 진료를 바라는 시민의 발길이 하나 둘 이어졌다. 계속되는 의료 공백에 따라 우려됐던 '응급실 대란'은 적어도 대구의료원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복통을 호소하는 어르신도, 열을 앓는 어린이도 별다른 대기 없이 진료를 받는 모습이었다.

한 의료진은 "추석 연휴 기간 복통 등 간단한 증상을 앓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응급실은 평상 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구의료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7명으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전원 환자를 거부당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현재까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대구의료원 측의 설명이다.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비록 전공의는 이탈 했지만 과장 위주로 당직을 서고 있어 연휴 기간 의료 공백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라며 "다만, 명절 당일 이후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진료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라고 밝혔다.

이날 비상 진료에 나선 대구 북구보건소에도 의료기관 및 약국 휴무 문의에 대한 전화 민원만 40~50여 차례 있을 뿐, 응급 진료는 물론 비응급·경증으로 보건소를 찾는 이는 전무 했다. 그나마 아이가 고열이 나 소아 관련 병원을 찾아 달라며 보건소로 찾아온 30대 여성의 요청에 직원이 직접 응대에 나선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오전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파는 곳이 없어 도와달라는 민원 빼고는 현재 이용이 가능한 의료기관 문의가 주를 이뤘다"라며 "최근에는 핸드폰 등을 통해 의료기관 정보 검색이 가능한데, 이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많아 의료 관련 정보를 밀접하게 안내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정형관절 및 수지접합 전문병원인 W병원은 연휴임에도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전 한 중년 남성은 외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왔고, 50대로 추정되는 여성 환자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구급차에서 내려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에는 구급차가 다섯 대씩이나 병원 앞에 주차돼 있을 정도로 외상 환자들이 쏟아졌다.

W병원 관계자는 "이 정도면 전쟁터나 다름없다. 특히나 외상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라며 "지금도 많은 환자가 몰려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연 대구에 한 아동병원도 진료를 기다리는 아동들과 보호자들로 대기실이 가득 찼다. 진료 시작 전부터 접수 대기자만 60여 명이 넘었고, 후 순위로 접수한 이들의 진료 대기 시간만 1~2시간이 걸렸다.

시민 윤모씨는 "아이가 추석 연휴 전부터 코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최근 증상이 심해져 급하게 문을 연 병원을 찾게 됐다"라며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려다, 응급실 대란 때문에 집 근처 아동병원을 찾았다. 병원 문을 열자마자 대기실이 사람들로 꽉 차 진료를 못 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까지만 진료 접수가 가능했다. 아이를 안은 채 2시간가량을 기다려 겨우 진료받았다"라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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