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 간의 전쟁에서 제3국이 차례로 말려드는 국제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는 데다, 북한이 파병군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배속된 북한군과 첫 전투를 벌인 점을 거론한 뒤 “북한 병사들과의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이달 들어 북한 병력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처음 공격을 받았다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의 주장을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이어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역시 KBS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소규모 교전이 있었으며 병력은 많지 않다. 훈련 중인 병력이 훈련을 마치면 몇주 내에 상당한 수가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메로우 장관은 러시아군에 이미 배속됐거나 합류할 북한군 병력은 최대 1만 5천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면서 지금껏 우크라이나 전쟁과 거리를 두고있던 벨라루스 등 친러 국가들이 파병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B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벨라루스를 비롯, 어떤 나라의 군대든 접촉선(contact line)에 선다면 이는 분쟁 확대를 향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군 참전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7개국(G7)과 한국을 포함한 3개 주요 동맹국 외무장관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5일 치러진 미국 대선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달리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원조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며 '조기종전'을 강조하고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 정부는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을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장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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