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아내 "사고 2시간 후 지인에 듣고 알아"

  • 최시웅
  • |
  • 입력 2024-12-10  |  수정 2024-12-10 07:22  |  발행일 2024-12-10 제3면
생사여부 모른체 병원 달려와
몇년 전 조업 중 한쪽 팔 다쳐
배 타는 거 말려도 고집 못 꺾어

기관장 아내 사고 2시간 후 지인에 듣고 알아
9일 오후 경주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금광호 기관장 A씨 빈소 모습. 구경모수습기자

금광호 기관장 A씨 빈소가 차려진 9일 오후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 한동안 적막이 맴돌았다. A씨 아내와 큰 아들이 영정 사진 등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작은아들 등 남은 가족들은 허공을 바라보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힘없이 빈소를 지키고 있던 작은 아들은 "회사에 출근했다가 큰 형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버지가 어제 바다에 나가셨다는 게 마지막 소식이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맨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 아내 B씨가 남편 소식을 들은 건 이날 오전 8시. 사고가 난 지 2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마저 병원이나 해경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게 아니라 지인으로부터 듣고 알게 됐다.

아내 B씨는 "어제 오후 친구를 만나고 오후 4시쯤 바다에 나간다며 인사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며 "한 지인이 빨리 사고 난 배가 있는 장소로 가보라 해서 갔다. 아무도 없어 우왕좌왕하는데 낯선 사람이 '남편이 병원에 있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남편의 생사여부도 모른 체 병원에 왔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는지, 구조는 됐는지 등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몇년 전 A씨는 야간 조업 중 배에서 떨어져 한쪽 팔을 심하게 다쳤다고 했다. 그때 이후로 가족들은 A씨가 배 타는 걸 극구 말렸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B씨는 "그때 더 뜯어말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 배를 그만 타려 해도 이 동네엔 기관장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없다 보니 조금만 더 일해달란 주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게 두 달째"라고 했다. B씨는 더 이상을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최시웅기자·조윤화수습기자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