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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체육팀장 |
"요즘 야구, 재미없어 안 본다"는 '한때 찐팬들'의 이야길 가끔 듣는다. 이들은 10개 구단 선수 이름을 줄줄 꿰는 것은 물론, KBO의 모든 경기를 시청했다. 3개 지상파 방송의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채널을 돌려가며 다 봐야 마음 편히 밤잠을 청했다.
그런데 왜? 이들의 생경한 반응에 처음엔 무관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24년 KBO리그는 관중 1천89만명을 유치했다. 역대 최고다. 게다가 대구 연고의 삼성 라이온즈는 모두의 우려 속에 준우승까지 이뤘다. 그래서일까. '나이 든' 찐팬들이 팀 전력 평준화, 국제대회 경쟁력 급락,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 등을 운운하며 혀를 찰 땐 '분위기도 탈 줄 모른다'며 내심 타박했다.
그런데 며칠 전, 재밌는 기사가 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 30명을 영입하는 데 50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 리그 역사상 가장 많단다. 이들은 메이저리거 혹은 국내 무대서 검증이 끝난 외인들이다.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 3명에게 400만달러 이상을 쓴 경우는 통틀어 세 번밖에 없었는데, 내년은 3곳이나 된다.
돈을 퍼붓는 이유는 간단하다. 순위 경쟁. 최근 각 팀 전력이 평준화된 반면, 야구 인기가 급상승해 순위에 도움이 될 외인들을 적극 끌어들이는 것. 될성부른 국내 선수들을 키우는 것보다 당장 순위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나마 좀 눈에 띄는 국내 선수들은 리그와 영어공부를 병행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다.
국경 밖으로 나가보자. 한국은 프로야구 스타들이 대거 참가한 프리미어12에선 사상 최초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 찐팬들은 90년대 이상훈, 김용수, 구대성, 선동열을 떠올리며 더욱 쓴 잔을 들이켰을 것이다.
한국은 1999∼2009년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선수가 출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올림픽 예선에서 일본을 9승6패로 앞섰던 기록이 있다.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를 능가했던 시기였다.
농구와 배구는 어떤가. 아시아에서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처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배구는 12강 탈락했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 후 무려 61년 만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선 여자 핸드볼이 단체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전국체전, 소년체전도 선수 기량 저하에서 자유롭지 않다. 육상 등 선수 개인의 기준기록을 둔 종목의 경우, 선수들이 이 기록을 실전 대회에서 충족하지 못해 아예 출전을 안 한다는 후문이다. 자신이 세운 기록마저 붕괴되는 현실이 안타까운데, 체육계 내부에선 이 기준기록을 완화하자는 의견이 공론화되고 있다.
요약건대, 한국 스포츠는 그동안 전문가의 경험, 선진 노하우 체득 위주의 혁신을 경험했다. 이제 세계 스포츠의 흐름대로 객관적 지식, 정보 수용성을 높여 새로운 혁신에 뛰어들어야 한다.이효설 체육팀장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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