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게시한 경주 관광 영상 <빠니보틀 유튜브 캡처>
국내 최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APEC 개최를 앞둔 경북 경주를 찾았다. 외국인과 동행한 여행에서 교통 불편, 친절 부족, 경주만의 정체성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는 10월 각국 정상과 관광객을 맞이할 경주가 외국인 관광 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뚜렷해졌다.
24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지난 7일 '한국 관광은 대체 뭐가 문제일까'를 주제로 우간다에서 온 안토니와 '충주맨'으로 알려진 충주시청 김선태 주무관과 함께 경주 여행을 떠났다.
경주역에 도착한 이들은 예상치 못한 불편을 마주했다. 버스정류장에는 'BUS STOP' 표시만 있을 뿐, 노선표에는 영어가 없었다.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도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아 외국인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기계 오류까지 발생하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택시 이용도 불편함을 더했다. 경주의 대표적 문화거리인 황리단길로 이동하던 중 만난 한 택시기사는 난폭 운전과 퉁명스러운 태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빠니보틀은 “이렇게까지 거칠고 퉁명스러울 필요가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안토니 역시 “친절하지 않았다"고 공감했다. 나중에 만난 한 택시기사는 “시내까지 가면 한 1만5천원 밖에 (요금이) 안 나올 건데, 한참 기다렸는데 1만5천원 벌면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손님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황리단길 담벼락에 붙은 일식 메뉴판 <빠니보틀 유튜브>
황리단길에서도 불편함과 이질감을 마주했다. 빠니보틀은 거리 곳곳에 난립한 일명 '튀는 간판'을 가리키면서 “일본 교토는 고대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면, 여기는 약간 짬뽕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일본식 적산가옥과 한옥 담벼락에 도배하듯 붙은 일본어 메뉴판을 마주하고는 허탈하게 웃기도 했다.
즐길거리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동궁과월지 야경은 안토니에겐 새로웠지만, 빠니보틀은 “한복 체험도 있고, 뱃놀이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현재 동궁과 월지의 규모가 적다며 “숭례문 불 타면 복원하지 않나. 지금 만들었다고 숭례문이 아닌가. 한국에서 한국인이 숭례문을 만들면 그냥 두번째 재건한 숭례문인 것 아니냐"고 복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국인인 안토니가 한국인과 동행했기 때문에 맛보고, 체험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그는 황리단길 대표 간식 '십원빵'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상점에는 십원빵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영어 안내가 전혀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 경주여행을 한 여행유튜버 빠니보틀의 영상 <빠니보틀 유튜브>
경주를 돌아본 충주맨은 공무원으로서 보이는 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을 짚었다. 그는 황리단길의 통일성 부족 문제에 대해선 “(황리단길이) 계획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핫'한 곳이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생기고, 명소화가 된 곳"이라며 “튀는 간판 등이 정비가 덜 된 느낌은 주지만, 상인들 입장도 있고 한 번에 정비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동궁과월지 활용에 있어서도 “유적이라서 제약이 굉장히 많다"며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하려면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하는데 어렵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영상에는 안토니가 처음 와 본 놀이공원인 '경주월드'를 신나게 즐기는 모습, 한옥숙소와 온돌에 만족해하는 모습 등도 담겼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이들의 여행에 공감했다. “관광 명소를 연결하는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경주도 좋은 콘텐츠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잘 정비했으면 한다", “빠니보틀과 충주맨의 지적을 잘 반영하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황리단길의 한 상인도 “특색 있는 상권이었지만 평범하고 지루한 상권이 되고 있어 정말 속상하다"며 “일본 교토처럼 경주가 한국만의 명소가 되려면 법적 지원이든 행정적 지원이든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게 있었다. 또한, 영상에서 지적된 부분들에 대해 공무원들이 숙지하고 있다"며 “다만, 영어 안내판 확충 및 노후화 시설 개선 등은 올해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할 것을 대비해 지난해부터 계획해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며, 택시기사 등을 대상으로 한 기초 영어 회화 교육·친절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빠니보틀의 경주 여행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13일 현재 146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