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봄비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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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4  |  수정 2025-03-04 08:49  |  발행일 2025-03-04 제23면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이수복 「봄비」). 요 며칠간 봄비 치고는 꽤 많은 비가 내렸다. 눈이 되어 쏟아지기도 해 '봄비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입춘과 우수가 지난 지 오래고 내일이 경칩이니 봄에 오는 눈이고 비다. 비가 내리면서 날씨가 쌀쌀해졌으나 이 비 그치면 기온이 오르고 풀빛도 짙어질 것이다.


비는 식물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식물 종자는 '수분흡수-식물호르몬 생산-효소생산-저장물질의 분해와 이동-세포분열과 확장-기관분화'의 단계를 거쳐 발아한다. 씨앗이 수분을 흡수하면 배(胚)를 싸고 있는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흡수한 수분으로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껍질이 찢어진다. 어린 뿌리가 종자 밖으로 나와 흙 속으로 뻗어 나가면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여 싹이 자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이어서 어린 잎이 자라난다. 어린 잎은 땅속 수직방향으로 자라는 굴지성(geotropism)의 뿌리와 반대로 흙 위쪽으로 자라서 태양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난다. 이렇게 봄비는 땅에 떨어져 겨울을 지낸 씨앗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뿐만 아니다. 한 동안은 산불 걱정을 안 해도 되게 생겼다. 산간지방에는 눈이 쌓였으니 더 안심이다. 건조특보가 발령되고 산불 위험지수는 '높음' 수준까지 올랐었으나 며칠 간의 비가 이를 싹 해소시켰다.


마당 가에 심어 놓은 생강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꽃눈이 부풀 대로 부풀어 곧 터질 듯하다. '이 비 그치면 노란 꽃잎이 모여서 벌어지고 옅은 생강꽃 향이 퍼지것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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