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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이 어둑해지자, 학생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하나둘 빛을 밝혔다. 148명의 간호학과 3학년 학생들이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다른 손은 가슴에 얹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선서를 낭독했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선서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들은 단순한 학생이 아닌 간호사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계명대학교 간호대학이 3월 7일 존슨홀에서 2025학년도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거행했다. 임상 실습을 앞둔 학생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며 간호사의 사명과 윤리 의식을 가슴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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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선서식은 1893년 미국의 간호 교육자인 리스트라 그레터(Lystra Gretter)가 디트로이트 패런드 간호학교 위원회와 함께 제정한 것이다. 간호학도들이 실습을 앞두고 간호사로서의 윤리적 원칙과 사명을 되새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전 세계 간호대학에서 이 선서를 낭독하는 전통이 이어졌으며, 한국에서는 대한간호협회가 1988년 공식 번역안을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 선서에는 "나는 환자의 생명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 "나는 간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나는 보건의료인과 협력하며 헌신하겠다" 등의 서약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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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서를 마친 학생들은 이제 지식의 축적에서 실천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마주할 예비 간호사이며, 생명의 존엄을 지키고 인간적인 돌봄을 실천할 간호사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나이팅게일의 촛불을 손에 쥔 이들이 앞으로 마주할 길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오늘의 선서가 그 길을 밝혀줄 것이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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