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스컬리 “추상미술의 좋은 점은 맥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 임훈
  • |
  • 입력 2025-03-18  |  발행일 2025-03-19 제18면
3월17일, 전시 개막 앞두고 대구미술관 방문해 언론간담회 가진 션 스컬리
“내가 쓰는 색상은 단지 캔버스 위에 올라가는 물질일 뿐”
“내가 생각하는 추상은 무언가를 계속 담지 않아도 되는 ‘재구성된 구상’”

션 스컬리 “추상미술의 좋은 점은 맥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션 스컬리 작가(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18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훈기자hoony@yeongnam.com.>

“대구에서 전시를 열게 돼 영광입니다."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 션 스컬리가 지난 17일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자신의 대구미술관 전시(3월18일~8월17일)를 앞두고 언론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션 스컬리는 “내 작품들이 설치된 미술관을 둘러보니 최고의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여러 요소를 융합하고 자연을 품은 내 작품이 다양성을 갖춘 한국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션 스컬리 “추상미술의 좋은 점은 맥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션 스컬리.<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 Éric Sander. Courtesy of the Artist.>

션 스컬리는 이날 추상미술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추상은 무언가를 계속 담지 않아도 되는 '재구성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상미술의 좋은 점은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구상과 추상의 차이를 음악을 통해 설명하고 싶다. 구상은 가사가 있는 노래 같은 것이고 추상은 가사가 전혀 없는 노래"라고 덧붙였다.

작품 속 다양한 색채에 대해서는 “나는 색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I have no idea of color)"고도 했다. 션 스컬리는 “내가 숨 쉬는 것을 '공기가 내 몸으로 들어오면 다시 내뱉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듯이 내가 쓰는 색상의 원리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감사하게도 내가 색을 잘 쓴다고들 하는데, 이는 그냥 재능의 영역인 것 같다. 나는 단지 색상들이 캔버스 위에 올라가는 물질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이 '영성적(품성이나 성질이 신령스러운 것)'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다양성'의 확장된 형태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션 스컬리는 “나는 가톨릭을 믿지만 모든 교리를 다 따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왜 서로 다른 이름의 종교들이 옳고 그름을 반복해 따지고 있을까? 내 관점에서는 현대나 벤츠 모두 자동차일 뿐이다. 모든 것에 대한 구분을 융합하고 크게 조망하려 한 것이 이러한 평가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션 스컬리 “추상미술의 좋은 점은 맥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된 대형 철 조각 '대구 스텍(Daegu Stack)'.<임훈기자hoony@yeongnam.com

션 스컬리의 유년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조각 작품 2점(Daegu Stack·38)은 삶의 본질에 주목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혹독하기만 했던 판지공장에서 일하며 판지를 쌓고 가공한 덕분인지 무언가를 입체적으로 구상하는 것은 나에게 쉬운 일이 됐다. 구멍이 있는 틀로 쌓아 올린 작품은 그 자체가 주제이며 대상이다. 새들이 찾아와서 쉴 만큼 동물들에게 인기있는 장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션 스컬리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수평과 수직(The Horizontal and The Vertical)'으로 정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이유로 꼽았다. 션 스컬리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 나의 잘못을 탓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창작할 때만큼은 죄책감을 느낄 수 없었는데, 성장기의 기억 탓인지 구조적 안정성이 있어야만 편안해지는 습관이 생겼고 '수평과 수직'을 떠올리게 됐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유로워지려 한다. 어떤 형식이나 제약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 이미지

임훈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