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 유역본부장>

매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이 돌아오면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긴다. 세계 물의 날은 1992년 UN이 제정한 국제적인 기념일로, 전 세계적으로 물 자원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날이다. 물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산업화로 인해 그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세계 물의날 국내 주제로 정해진 “기후 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수자원 확보"는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임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 패턴이 급격히 변하고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기후 위기는 '언젠가 닥칠 미래'가 아닌 '지금 벌어지는 현실'인 것이다.

지난해 낙동강 유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부족한 강수로 운문댐과 영천댐이 가뭄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닥이 드러난 하천, 제한된 용수공급, 말라가는 농경지는 우리에게 경고를 보냈다. 낙동강 유역은 산업과 농업이 활발하여 수자원에 대한 수요가 높고 그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다. 수질개선과 수자원 확보를 두고 지자체, 산업계,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자원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구 취수원 이전과 부산 맑은 물 공급 등은 함께 풀어야 할 지역 현안이다.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역 전체 수자원을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질개선, 물사용의 효율화, 환경 보호를 아우르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적 혁신과 정책적 협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지역 사회 및 주민과의 지속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초격차 기술을 활용한 선진적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정수장, 스마트 관망관리(SWNM)을 도입하여 정밀한 수자원 모니터링과 효율적인 운영 등 기술적 혁신을 통해 실시간 수질관리 및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하수재이용, 지하수 저류댐 등으로 대체수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자원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실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참여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시민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이해관계자가 수자원 관리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낙동강 유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해외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물 관리에 성공한 미국의 그레이트 레이크스 위원회와 유럽 14개국 공동 홍수예방 정책을 펼친 다뉴브 강 유역위원회의 활동을 협력 모델로 삼을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유역상생위원회, 민관협의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이러한 논의 구조는 단순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협력적 접근을 통해 우리는 기후 변화 시대에도 대한민국 유역 전체가 상생하는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후 위기라는 환경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한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과 환경 보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미래 세대와 함께 공유해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영식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낙동강 유역본부장

/강승규 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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