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의 시와 함께] 유수연 '걱정'

  •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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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4  |  수정 2025-03-26 10:42  |  발행일 2025-03-24 제21면

[신용목의 시와 함께] 유수연 걱정
시인

오렌지 한 알도

한 시간 들고 있지 못한다

그런 법인데

너는 꽤 오래

내 마음을 들고 있었다

힘든 일은

후에 근육으로 남고

고심한 너는

턱이 커졌다 울상이다

그 주사를 맞으면

근육이 움직이지 못한대

움직이지 못하니 줄어든대

쓸모없다 여기니 질긴 게 연해진다

더 지킬 필요가 없으니까

유수연 '걱정'

그러나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아무리 들고 있어도 아무도 들고 있는 줄 모르는 법이다. 마음의 근육은 힘든 일도 힘든 줄 모르게 만드는 법이다. 당신을 기다린다면 나의 마음이 크고 나를 용서한다면 당신의 마음이 크다. 우리의 턱은 멈추지 않고 고백의 무게를 지킨다. 한 시간의 오렌지를 한 시간 또 한 시간. 하루의 수박을 하루 또 하루. 한 달의 쌀가마니와 일 년의 슬래브 지붕과 일생의 노을을 들고 있을 만큼의 근육을 가졌다. 새의 날갯짓 하나도 연해지지 않는다. 수저 끝에 달아난 병두껑 하나도 쓸모없는 게 없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가장 소박한 방식으로 저녁은 별들을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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