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조기 대선 시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을 두고 7일 정치권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갈라섰다.
국민의힘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개헌에 속도를 낼 뜻을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에서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개헌 문제가 이번 대선 레이스 초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같은 각 당 지도부의 상반된 입장이 여론 변화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개헌 '찬성'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시행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자는 우 의장의 제안에 찬성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 측은 개헌의 이유로 제왕적 대통령·국회를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먼저 “대통령 1인에게 국정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서 협치는 실종되고 정치가 진영 대결로 변질되고 말았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1987년 개헌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왕적 국회가 출현했다. 거대 야당이 등장해서 입법·예산·인사 전반을 통제하고 여소야대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황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지 권력 구조를 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권한 만큼이나 국회의 권한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당 개헌특위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준비해 온 만큼, 우 의장의 '권력구조 원포인트 개헌' 및 향후 추가 개헌에도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당 내 개헌 특위위원장인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입법부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어제 개헌의 시기와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의 그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주 의원은 이어 우 의장의 권력구조 원포인트 개헌 및 헌법 개정을 수시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헌법체계를 지금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씻지 못할 큰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개헌이 시급함을 설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개헌"
◆민주당 개헌 '유보'
반면 민주당은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시기는 대선 후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우 의장의 개헌·대선 동시 투표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그 외에 대통령의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의 추천 문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의 기본권 강화 등은 논쟁의 여지가 크다"며 “실제로 결과는 내지 못하며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 과정에서 이를 공약으로 한 뒤 개헌을 하면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입장이다.
물론 이 대표는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계엄요건 강화 등 일부에 대해서는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이 대표는 “5년 단임제는 기형적 제도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되고 국정의 안정성이 없다. 이 때문에 4년 중임제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기도 했다.
즉 우 의장이 “권력구조 개편안이 개헌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발언은 우 의장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우 의장이 요청한 즉각적인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개헌의 첫 단추인 '국민투표법' 개정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투표법상으로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고, 재외국민 투표권 조항도 인정되지 않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으나 관련 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대선에서부터 개헌이 시작될 수 있도록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서두르자. 적극적 협의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