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 영세상인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 관리·운영권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상인들과 대구시의회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역사회에서 흘러나온다. 대구시의회가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내용 중 수분양자에게 수의계약 우선권을 주는 내용을 포함시킨 게 논란의 불씨가 됐다. 상인들은 현재 대구시의회를 상대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시의원들은 아직 수정 의사에 대해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 영세상인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대구시의회 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상인(실제 영업자)과 수분양자(상가 주인) 간 합의가 안 될 시 수분양자에게 수의계약 우선권을 준다는 조례안이 영세상인의 입찰권을 박탈하고 생존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허가권 취소와 공개입찰 전환 등이 가능하도록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수분양자의 재산권과 기존상인들의 영업권 충돌을 막고자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안'을 마련했다. 당초 조례안에는 실영업자와 수분양자 간 합의가 안 될 경우 양측이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대구시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대구시의회가 수분양자에게 수의계약 우선권을 부여하는 '부칙'을 포함시키면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날 지하상가 상인 비대위는 시의회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비대위는 "이만규 시의회 의장이 만남 요청에 응해주지 않아 지난달 14일 정식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17일 일방적인 주장만이 담긴 답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의회가 비대위 측에 보낸 답변서엔 '비대위가 제안한 사항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재산권(수분양자)와 영업권(실제 영업자) 중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특히 시의회가 넣은 '부칙'이 특정 집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공정성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23일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 영세상인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가 집회 도중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과 만남을 요구하며 시의회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평소에도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식사를 자주 한다는 직장인 이영호(44)씨는 "평생 이곳에서 장사하며 생계를 이어온 상인들에게 갑자기 입찰권조차 주지 않고 수분양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건 너무 가혹해 보인다. '조례 한 줄'에 생계가 휘청이는 분들을 위해 상생할 수 있는 중재안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중구 인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선태(55)씨는 "수분양자들은 당초 거액을 들여 분양을 받은 분들인데, 그분들 입장에선 자기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게 당연한 것 이다"며 "시의회가 부칙을 넣은 것도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무조건 상인 편만 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자기 쪽에 유리한 측면 내세우며 왈가왈부하지 말고, 공개입찰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주부 김태연(45)씨는 "양측 합의가 안 된다면 어느 한쪽에 특혜를 주기보다 차라리 공개 입찰로 전환하는 게 공정해 보인다"며 "다만 기존 상인들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방식 등으로 완충 지대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구시와 시의회가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허시영 시의원)는 논란이 된 부칙을 넣은 배경에 대해 "양측 협의가 반복적으로 결렬되는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이 애초에 큰 돈을 들여 분양을 받은 점을 고려해 현재와 같은 협의 불발 상황에서는 수분양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대구시의회와 대구시가 수차례 소통과 협의를 독려했지만,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부칙을 추가했다"고 해명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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