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래된 옛것들의 새로운 변신

  • 윤병인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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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8 06:00  |  발행일 2025-05-07
[문화산책] 오래된 옛것들의 새로운 변신

윤병인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 책임

“불교, 또 나 빼고 재밌는거 하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불교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불교박람회에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SNS를 통해 불교박람회 방문 후기나 굿즈 구매 인증 사진 등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무소유하러 갔다가 풀소유하고 돌아왔다'라는 친구의 굿즈 구매 후기, 목탁을 두드리는 손목 스냅을 평가해 주셨다는 스님의 이야기,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가 가벼운 말투로 '극락도 락(rock)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외치는 각종 밈(meme) 등은 정적이고 차분하게만 느껴졌던 불교의 이미지를 벗고, 우리 세대 사이에서 '재미있는 종교'로 받아들여지며 진입장벽을 점차 낮추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본연의 의미와 근본적 가치를 희화화한다는 우려를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새로운 유행과 감각을 녹여낸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앞서 언급한 불교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이 먹고 입을 법한 취향을 선호하는 '할매니얼 세대'와 '할미룩', 연일 매진과 사태를 빚고 있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차가운 음료를 담으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술잔 등 '뮷즈(뮤지엄+굿즈)'의 유행은 '힙트레디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이러한 흐름은 자신만의 개성과 특별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MZ세대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누구나 가진 것이 아닌, 본인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는 세대에게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는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나만 알고 있는 멋'과 '내가 경험한 특별한 순간'을 자랑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고 있다.

'힙트레디션'을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짧은 유행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또 MZ세대만의 유행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의 일상에서 살아 숨 쉬며 더욱 오랫동안 기억되고 자연스럽게 전달되길 기대해 본다.

올해도 4대궁에서 진행되는 별빛야행(야간개장) 접수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빠르게 추첨에 응모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올해도 '궁케팅' 실패. 하지만 굴하지 않는다. 내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전통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취향, 새로운 먹거리까지. '나 빼고 하는 재밌는 거'를 어디선가 분명 하고 있을 테니까. 그 덕분에 오늘도 나는 기대해 본다. 오래된 옛것의 다음 변신은 무엇일까.

윤병인<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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