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로 예정됐던 대구 및 영남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보수 진영의 단일화를 위한 당 지도부의 '압박'과 김 후보 측의 반발이 맞물리며 당 내홍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김문수 후보 대선 캠프 측은 8일 밤 9시30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김문수 후보의 내일 지방 일정은 취소 됐다. 추후 일정 공지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김 후보는 9일 오전 9시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당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또 대구 동구의 한 동물메디컬센터를 찾아 유기견 및 반려동물 정책제안 논의를 계획했다.
하지만 전날 밤 갑작스런 일정변동으로 대구 일정은 무산됐다. 당 지도부도 언론 공지를 통해 김 후보자가 9일 통상업무를 한다고 전했다.
김 후보의 대구 일정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 후보는 6일 대구·경북(TK) 일정을 소화하던 중 경주 방문을 마치고 대구로 향하기 직전, 지도부의 단일화 추진에 반발하며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김 후보는 경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며 “경선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국민의힘 지도부가 단일화 협의를 위해 대구로 내려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 후보는 돌연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향했다. 당 지도부는 대구로 출발한 뒤 이 소식을 듣고 다시 서울로 발길을 돌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김 후보의 TK 일정 취소는 이날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 단일화 때문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들은 국회 사랑재에서 사실상 '맞짱토론' 형식으로 1시간 가량 회동을 찾았으나 단일화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김 후보는 “왜 무소속 후보가 압박을 하냐"는 입장을 되풀이 했고, 한 후보는 “한치가 급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단일화에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후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국민의힘에선 '당 직인 거부' 또는 '후보교체론'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대통령선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이날 김 후보와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이 당을 상대로 “전당대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중단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이 열리기도 했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한덕수 후보 측은 단일화의 끈을 이어가면서 단일화 논의가 끝나지 않았단 해석도 나온다.
한 캠프의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밤 언론 공지를 통해 “8일 국회 사랑재 회동이 끝난 뒤 저희들은 아직까지 김문수 후보자 측으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면서도 “앞으로 김 후보자가 회동을 제안하신다면, 한덕수 후보자는 언제든, 어디서든 김 후보자를 만나뵐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변인은 “앞으로 이뤄질 회동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 회동에서는 후보의 의견 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김 후보자로부터, 단일화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제안과 입장을 들었으면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