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세종청사중앙동. 사진=영남일보 구경모 기자.
제21대 대선이 12일부터 본격화하면서 다음 달 3일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은 선거에 쏠리게 된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는 6월4일까지 20여일간 대한민국은 리더십 부재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사퇴·출마 등으로 현재 국무회의 구성원 중 7명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무회의 의결권자는 21명에서 현재 14명으로 줄었다. 의장인 대통령은 탄핵심판으로 파면됐고, 부의장인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다. 앞서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이 사퇴한 데 이어 12·3 비상계엄 여파로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이 물러났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선 출마를 위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탄핵소추에 반발해 옷을 벗었다.
헌법 88조 2항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국무회의는 구성원(21명)의 과반(11명) 출석으로 개의한다'는 규정(대통령령)을 들어 “개의에는 문제가 없고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주장에 따른다고 해도 국제회의 참석 등 공무가 생겨 장관 4명이 빠질 경우 국무회의는 개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공판 절차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만약 이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라도 하면, 민주당이 또다시 국무위원 줄탄핵을 강행해 국무회의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차관이 장관을 통솔하는 희한한 광경도 목격된다. 지난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는 기재부 1차관인 김범석 장관 직무대행이 주재했다. 이 때문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 관료가 차관의 지시를 받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차관 지시를 받기 싫었는지 당시 회의엔 오 장관과 김 위원장을 제외한 주요 부처 장관들이 줄줄이 불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참석 예정 12개 부처 중 10개 부처 장관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날 회의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집행을 점검할 예정이었지만, 장관 10명이 불참하면서 힘이 빠진 회의가 됐다.
더불어 세종시 관가에는 '복지부동' 기류도 퍼지고 있다. 요즘 세종시 관가에는 '움직이지 말 것' '결정하지 말 것' '눈에 띄지 말 것'이란 무언의 지침이 발동하고 있다. 과거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학습효과도 있고, 정부 핵심 정책과제를 추진했던 공무원들이 정권이 바뀐 후 좌천되는 사례가 반복된 탓도 있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대부분의 공무원은 지금도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새로운 일이나 중요한 업무를 추진하는 건 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외부 인사를 만나는 것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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