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4시 대구 수성알파시티역 4번 출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 50명이 플래시몹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대구경북(TK) 지역의 유세 열기가 지난 주말과 휴일에 한층 뜨겁게 달궈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기존의 딱딱한 유세 대신 '시선 잡기'에 방점을 찍은 이색 아이디어를 지역 표심잡기에 나섰다.
25일 오전 11시 45분쯤, 대구 중구 대봉성당 앞. 파란색 점퍼를 입은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미사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확성기 대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과격한 율동 대신, 눈을 맞추며 다가가는 유세에 일부 시민은 손을 흔들어 "고생이 많다"며 격려했다. 일부는 선거운동원들과 즉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루 전인 24일 수성알파시티역 4번 출구 앞에선 민주당 선거운동원 50여 명이 플래시 몹(Flash mob) 유세를 했다. 플래시 몹은 사전에 서로 약속을 한 이들끼리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계획한 행동을 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놀이다. 이날 플래시 몹은 야구장 인근이라는 점을 고려한 듯, '아파트' 등 대중가요에 맞춘 안무로 시민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색적인 광경에 시민들은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거나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민주당 대구시당 측은 "강한 정치 메시지보다는 시민과 함께 웃고 즐기는 유세로 공감대를 넓히려 한다"며 "부동층과 청년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고 했다.

25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동성로 CGV 앞.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유세원들이 꽹과리와 장구를 치고 있다.구경모기자

25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2·.28공원 앞.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한 유세원이 공작새를 연상케 하는 복장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구경모기자
국민의힘도 25일 대구 도심 곳곳에서 유세에 나섰다. 이날 오후 5시쯤 중구 동성로 CGV 앞. 빨간 조끼를 맞춰 입은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개사한 K-POP 율동에 맞춰 한바탕 신명나는 공연을 펼쳤다. 행인들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사진찍기에 분주했다.
인근 동성로 중앙무대에선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극기를 두른 선거운동원들이 원을 그리며 악기를 연주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두류공원 2·28광장에선 '공작새' 퍼포먼스까지 등장했다. 황금색 복장에 깃털 모자를 쓴 선거운동원이 김 후보 이름이 연호될때마다 날개 장치를 펼쳐 보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측은 "요즘 선거는 일종의 '거리 축제'처럼 바뀌고 있다"며 "정당 차원의 기획뿐 아니라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을 준비해 나선 경우도 많다"고 했다.
거리 유세를 지켜본 시민들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유세 방식"이라며 놀라워했다. 북구에 거주하는 김영선(52)씨는 "후보 얼굴보다 로고송이 귀에 더 익는다"며 "예전보다 훨씬 친숙하고 긍정적인 방식 같다"고 했다. 황미정(62·달서구)씨는 "정치 뉴스는 늘 답답했는데, 현장 유세는 나름 흥미롭다. 다만, 유세가 너무 가볍게 흘러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구경모(대구)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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