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늘은 천륜을 두 번 주지 않는다

  • 최병호 행정학 박사, 전 경상북도 혁신법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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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6  |  수정 2025-05-26 08:18  |  발행일 2025-05-26 제22면
간병할지, 요양시설에 모실지

연명치료도 자식간 의견 갈려

사회구조와 가치관의 변화로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孝사상

부모 헌신 오래도록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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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풍습을 지닌 민족이다. 이 효는 윤리·도덕적 가치를 넘어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질서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여겨왔다. 이러한 효 사상도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사회구조와 가치관의 변화, 개인주의의 심화 그리고 물질 만능 시대, 핵가족 시대를 겪으면서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를 부양함에 있어 직면하는 3가지 사회적 이슈가 있다. 첫째, 부모가 치매 등 질병을 앓고 있을 때 자식들이 간병할 것이냐 아니면 요양 시설에 입소토록 할 것이냐이다. 대다수의 요양 시설이 영리에 치우쳐 복지를 소홀히 하고 있다. 거기에다 시설·환경의 열악, 전문 인력 및 전문성의 부족, 그치지 않는 종사자의 폭언·폭행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요양 시설은 살아서 들어가 죽어서야 나오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요양 시설이 치유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감옥이라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자식들은 생계, 가정 형편 등을 이유로 요양 시설 입소를 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요양 시설을 두고 자식들 간에 의견 충돌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식들은 평소 부모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함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자식들의 희생 없이 부모를 부양할 수 없다. 요양 시설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둘째, 의학적 치료 포기와 영적 치료 및 자연요법 치료이다. 어리석고 못난 자식들은 요양 시설의 종교인을 마치 신의 대리자로 여긴다. 영적 치료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종교는 고려하지 않고, 건강 상태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의 종교와 아집에 사로잡혀 의학적 치료를 포기한다. 그리하여 치료 시기를 놓쳐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증 환자와 그 보호자는 인터넷이나 시중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는 정보를 과신하여 자연요법 치료가 최고인 양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현대 의학적 치료를 뛰어넘는 치료법은 없다. 다만, 영적 치료나 자연요법 치료는 보조 치료 방법으로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의학적 치료를 대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할 것이다.

셋째, 부모가 식물인간 상태이거나 겨우 숨만 붙어 있을 때 연명 치료를 할 것인가 아니할 것인가이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부모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그 가족들에게도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가정을 풍비박산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연명 치료도 자식들 간에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식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부모의 의사이다. 자식들은 평소 부모의 신념 등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식들은 부모가 하루라도 더 살 수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치료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등 최선을 다해야 한다.

효 사상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유산이자 살아 있는 교육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효 사상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남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천륜은 부모와 자식 간에 단 한 번뿐인 귀중하고 소중한 인연이다. 오늘의 자식은 내일의 부모이다. 이 세상의 자식들이여! 자식이란 이름으로 부모가 사는 동안 효를 다하여라. 그리고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라.
최병호 행정학 박사, 전 경상북도 혁신법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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