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송충이의 습격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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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7  |  수정 2025-05-27 07:06  |  발행일 2025-05-27 제23면
"열치매 나타난 달이 흰구름 좇아 떠가는…/아으 잣가지 노파 서리 모르시올 화반이여." 충담사가 지은 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에서 잣나무는 화랑의 기상을 상징한다. 높이 뻗은 잣나무 가지는 서리를 맞아도 시들지 않는다. 시련을 꿋꿋이 견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목은 소나무지만 잣나무도 그에 못지않다. 신라 향가에 등장한 것만 봐도 그렇지만 학명(Pinus koraiensis)도 영문(korean pine)도 '한국 소나무'다.

잣나무는 한대성 수종이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해발 1천m 이상의 땅에서 자란다. 이 때문에 조경용 잣나무는 북미 원산의 스트로브잣나무를 많이 쓴다. 열매는 보잘 것 없으나 낮은 고도에서도 잘 자라고 줄기가 통직하며 잎과 수형이 보기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경용으로 식재한 스트로브잣나무가 솔나방의 공격을 받아 수난을 겪는 사례가 여럿 나타나고 있다. 상주시 화서면 영덕-당진 간 고속도로 화서휴게소가 대표적이다. 휴게소 도로 쪽 화단에 스트로브잣나무 300여 그루가 식재돼 있는데 그중 200여 그루가 고사할 위험에 처해 있다. 솔나방의 애벌레 송충이가 잎을 모두 갉아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대구를 지나는 고속도로 가로수에서도 송충이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춘 듯하던 송충이가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은 기후 변화에 의해 잣나무의 생육환경이 악화되고 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화서휴게소는 2년 전 잣나무 8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이 확인된 화서면 상현리 인근이며 국토의 중심부다. 재선충과 송충이의 협공으로부터 잣나무를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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