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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제에디터 |
8년 전 대구 수성구의 한 서실(書室)에서 만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시 이슈였던 대구공항 이전에 대한 의견을 전하며 가장 먼저 던진 말이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 세 번, 경기도지사 선거 두 번 등 다섯 번의 선거에 모두 당선됐지만, 정작 고향 TK(대구경북)에서는 낙선했다. 2016년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패했다. 하지만 다음해 치러진 20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낙선 후 9개월여 만인 2017년 1월 영남일보와 가진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5개월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결정된 대구공항·K2공군기지 통합이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공항을 도심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 도심에 있는 공항을 도시와 먼 곳으로 보낸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무엇보다 대구공항이 겨우 흑자로 돌아서 '글로벌 대구'로 이륙하려는 시점에서 밖으로 내보낸다는 게 과연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공항을 이전하고 나서 대구가 더 좋아져야 한다는 건데, 과연 그런 위치가 있는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전 장관을 대선후보로 낸 국민의힘은 대구발전을 위한 7대 공약 중 첫째로 '대구경북신공항 국비건설'을 제시했다. 나머지 6개 공약 대부분도 '대구 군부대 이전 조속 완료 및 후적지 개발' 등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추진했던 사업들과 궤를 같이한다. 대구시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김 후보의 생각과 국민의힘 공약이 다를 수도 있지만, 국민의힘 대구 발전 공약에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측의 대구에 대한 관심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대구를 대한민국 성장 엔진으로…대구 30년 먹거리 이재명이 해결'이라는 타이틀의 대구 발전 7대 공약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2시간여 만에 7대 공약 중 2개 공약이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7대 공약에 포함됐던 '고품격 세계적 미술관(구겐하임 미술관급) 유치'와 '직·주·문 청년창업빌리지 조성' 대신 '세계가 찾아오는 글로벌 문화예술의 도시'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으로 변경됐다.
바뀌지 않은 나머지 민주당의 대구 공약도 '대한민국 AI 로봇도시로 거듭나겠습니다' '독립·호국·민주의 성지 대구, 혁신의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겠습니다' 등 두루뭉술하다.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대구경북을 찾아서는 TK가 고향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구경북을 위한 두 후보의 공약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새누리당 탈당 모임인 비상시국회 멤버로 활동하면서도 개혁보수신당에는 합류하지 않았던 김 후보는 "1994년 3월 새누리당에 입당한 뒤 단 한 번도 탈당하지 않았다"며 "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 지조, 절개,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운동권에 있을 때도 잡혀가서 아무리 고문을 당하고 매를 맞아도 고향 영천에 생가가 있는 포은 정몽주 선생의 '단심가'를 생각하며 죽을 각오로 신의를 지켰다"고 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 중 누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신의와 약속을 지켰다는 대통령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제에디터

임성수
편집국에서 경제‧산업 분야 총괄하는 경제에디터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