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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함지산 불에 이어 최근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암 진단 소식과 관련해 도를 넘는 '악성 댓글'이 잇따라 달려 지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다수 지역민과 한 목민관(牧民官)이 겪은 아픔에 대해 공감과 위로는커녕 비상식적인 수준의 댓글로 상처를 후벼파는 몰염치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철우 도지사가 최근 혈액암 진단을 받아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이 여러 건의 조롱성 댓글을 달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권 빼앗기니까 쇼크로 쓰러진 거겠지" "평생 보수로서 살다가 마지막 받은 선물이 혈액암이구나" "보궐선거 준비하는 '국민짐당' 사람들 많겠네" "쇼 하냐" "헬기 타고 서울대 가지"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 지사가 암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심지어 '수구적폐 심장의 지역'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댓글 상당수는 개인의 암 진단을 정치 이념성향과 결부시켜 애써 과잉 해석하려는 내용 일색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네티즌은 "곧 대머리 되겠네"라는 댓글까지 남겼다.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 중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물론 "빨리 건강 회복하길 바란다" "쾌유를 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다수의 언어폭력에 묻힌 느낌이 든다.
당연히 지역사회에선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대구의 직장인 안모(43)씨는 "광역단체장 정책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사람이 병에 걸렸다는데 어떻게 그 정도의 반인격적 댓글을 달 수 있는지 너무 충격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한참 넘어섰다.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역이나 한 개인을 조롱하는 사람들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했다.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이라고 밝힌 한 30대 직장인은 "대머리 운운하는 글 등 암 치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내 두 눈을 의심했다. 항암치료로 고생하는 이들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며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갖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발생한 대구 함지산 불과 관련해서도 온라인 일각에서 산불을 지역 비하에 악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일부 네티즌들은 "그 동네(대구)는 왜 그러나. 정신 좀 차리자" "고담 대구는 벌 받고 있는 듯 하다" "꼴통 수구들이 불을 질렀네" 등 비아냥 대는 글을 쏟아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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