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간 치열하게 펼쳐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전이 2일 자정을 기해 막을 내렸다. 공식 유세 기간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약 5천200㎞,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약 5천㎞를 이동하며 전국 곳곳을 누볐다.
두 후보의 유세 동선은 전략적 요충지를 중심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김 후보는 전통시장과 보수 상징 지역을 집중적으로 찾으며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공략했다. 이 후보는 대학가, 도심 광장, 스타트업 현장 등 젊은 층이 모이는 공간을 주로 방문하며 세대별 맞춤 전략을 폈다.
TK(대구경북) 지역을 활용한 방식도 달랐다. 김 후보는 전체 일정의 약 30%를 TK에 할애하며 핵심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이 후보 역시 TK를 꾸준히 찾았지만, 체류 시간은 짧게 가져가며 중도층과 젊은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방점을 뒀다.
영남일보는 22일간 두 후보의 공식 일정을 바탕으로 유세 전략과 이동 동선, 지역별 방문 빈도 등을 정밀 분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어디에 가장 오래 머물렀나?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수도권 공략에 집중했다. 5월 13일 인천을 시작으로 14일 서울·경기를 순회한 데 이어 29일에도 수도권 일대에서 유세를 펼치며 표심 확보에 주력했다.
수도권 못지않게 TK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13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재매이(재명이)가 남이가"라는 말로 정서적 유대를 호소하며 유세를 시작했다. 같은 날 구미, 대구, 포항, 울산을 잇달아 방문하며 보수색이 짙은 지역에서 '정면승부' 전략을 택했다.
김 후보는 5월 15일, 22일, 27일, 6월 1일 등 네 차례 대구를 찾았다. 27일에는 안동, 포항, 경주 등 TK 주요 도시를 하루 동안 집중 순회했다. 선거 막판인 6월 1일에도 TK에서만 세 차례 유세를 진행하며 끝까지 지역 기반 다지기에 집중했다.
수도권과 TK를 각각 세 차례, 네 차례 집중 방문한 두 후보의 행보는 각자의 핵심 지지층을 끝까지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 후보 발걸음 속 민심 읽기
유세 장소의 성격은 각 후보의 선거 전략과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유세를 시작한 뒤, 같은 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전통시장과 보수 상징 공간을 잇달아 찾은 그의 행보는 중장년층과 핵심 지지층 결집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후보는 유엔묘지, 모내기 현장, K-콘텐츠 스타트업 등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공약과 이미지를 연결했다. 대학가와 도심 광장을 자주 찾은 것은 2030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마지막 유세지로 선택한 서울 여의도공원 역시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의 역사적 배경을 활용해 '내란 종식'과 '빛의 혁명'이라는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두 후보 모두 유세 장소를 통해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며 지지층을 향한 전략적 선택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이틀 앞두고 '험지 공략'에 나선 지난 1일 대구광역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루 평균 300㎞, 총 6천㎞ 달려
22일간 이어진 대선 레이스는 2일 자정 종료와 함께 마무리됐다. 짧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방증하듯 양당 후보는 전국을 무대로 숨가쁜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지난달 13일 광주에서 출발해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종단한 하루에만 730㎞를 이동했고, 김 후보는 27일 TK 일정을 소화하며 610㎞를 달렸다.
하루 평균 이동 거리도 이 후보는 209㎞, 김 후보는 276㎞로 집계됐다. 공식 유세 일정 기준 총 이동 거리는 이 후보 5천188㎞, 김 후보 4천965㎞다.
여기에 숙소 왕복, 도시 내 이동 등 비공식 구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주행 거리는 각각 5천㎞, 6천㎞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에 드러난 유세 동선만 봐도 이 후보는 수도권에 집중된 전략을, 김 후보는 전국을 누비는 전략을 택했다. '몸으로 때운 선거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틀에 한 번 TK 찾아
TK 지역 방문 횟수는 김 후보가 7회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유세 일정의 약 30%로, TK를 핵심 승부처로 설정한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 종료 전날까지 TK에 머물렀고, 마지막 유세지 역시 대구였다.
이 후보도 TK를 꾸준히 찾았다. 공식 유세기간 22일 중 9일을 TK 일정에 배정해 이틀에 한 번꼴로 지역을 찾았다. 다만 단발성 일정이 대부분이었고, 연속 방문이나 장시간 체류는 없었다.
두 후보의 TK 방문 방식은 전략적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김 후보는 결집을 노린 반복 방문을, 이 후보는 중도 확장을 겨냥한 점령식 유세를 선택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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