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선서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동탄의 기적'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각오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자릿수 지지율 달성에 실패했고, 공을 들였던 대구경북(TK)에서도 그리 썩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3대선 최종 개표 결과 이 의원의 득표율은 8.34%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예상치인 7.7%를 소폭 상회했지만, 블랙아웃(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기간 전 여러 차례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상승세가 토론에서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3차 TV토론회에서 여성 신체 관련 적나라한 발언을 한 게 패착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시 논란 직후 "내부 여론조사 결과 큰 지지율 변동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악화되는 여론에 고개를 숙였다.
가장 뼈아픈 점은 이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공들인 TK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된 직후 첫 일정으로 TK를 찾았고, 피날레 유세 또한 대구에서 마무리했다. 마지막 유세 현장인 대구 수성못에선 "대구와 경북 출신 할아버지·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를 둔 100% TK DNA"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대구지역 득표율은 8.29%로 전국 득표율보다 저조했고 경북에서는 6.69%에 그쳤다.
또 이 의원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단호한 태도를 고수해왔단 이유로 단일화를 거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이 41.15%로 이 의원의 득표율과 합하면 49.49%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 49.42%와 불과 0.07%포인트 차이다. 단순 계산으로만 김문수·이준석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보수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믿는 지지층이 적잖다.
이에 단일화를 명목상으로라도 요구해 온 김문수 후보보다, 이준석 의원에게 보수진영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 마감 시한에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찾아가거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차례 단일화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 의원은 줄곧 '단일화는 없다'고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SNS에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이번 선거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건 함께해 주신 분들의 응원과 믿음 덕분이었다"며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찾아뵙고 고맙다는 인사 꼭 드리겠다. 앞으로 더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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