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다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성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며 대안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선 기간 스스로가 만든 '발언 리스크' 등은 이 후보가 넘어서야 할 과제로 대두됐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정치는 이제 기득권 세력과 신세력의 싸움"이라며 '세대 교체'와 '정치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규제 개혁, 과학기술 중심 경제, 디지털 국정 운영 등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하며 청년층과 중도층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일정한 지지를 끌어냈다. 특히 젊은 정치를 강조하며 학생들과 학식 먹기 행사 등 '2030'세대를 겨눈 그의 정치 셈법은 대선이 진행되면서 효과를 드러냈고 투표일을 2주가량 앞두곤 지지율 10%를 넘어서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등을 통한 '쉬운 길'을 놔두고 험로를 택한 점도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김문수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며 사실상 단일화 요구를 일축하고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일부 보수층에서는 이를 '보수 분열'로 비판했지만, 이 후보는 기존 정치 세력과의 선 긋기를 이어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향후 보수 진영 개편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 출발과 종점을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함께한 점은 향후 이 후보가 'TK의 적자'로 거듭날 수 있는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는 거의 대부분의 선거 운동을 TK에 할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이제 마흔인 이 후보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지는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가 안은 정치적 한계도 분명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보수 전체와의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며 새정치를 강조한 까닭에 향후 외연 확장성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기존 기득권을 비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뛰어넘는 정치적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을 부각시키며 일부 유권자층의 지지를 얻었지만,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성혐오 논란도 그 중 하나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27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3차 TV토론회에서의 발언으로 인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토론 중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여성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명백한 여성 혐오이며,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다음을 준비하는 이 후보에게 있어 '갈등 조장' 논란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미숙함도 남아있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탄탄한 지역 조직과 전국 단위의 당세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가 바라던 보수 진영의 재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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