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에서 관우는 신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된다. 위나라 군대와 전쟁 중 그는 팔에 독화살을 맞는 부상을 당한다. 독이 뼛속까지 퍼져 그 것을 긁어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화타는 살을 째고 뼛속의 독을 긁어내야하기 때문에 팔을 묶어 고정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관우는 이를 무시하고 태연히 바둑을 두며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뼛속을 긁어내 독을 치료한 괄골요독(刮骨療毒)이다.
각골지통(刻骨之痛), 각골통한(刻骨痛恨), 각골명심(刻骨銘心) 등 뼈를 깎거나 긁어내는 고통을 나타내는 성어는 여럿 있다.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이나 고생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성어다. 살을 조금만 베어도 통증이 몸서리쳐질 만큼인데 그 속의 뼈가 깎이면 고통이 얼마나 심할까?
그런데 의학적으로 뼈 자체에서는 통증을 느낄 수 없다. 뼈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 통점이 없기 때문이다. 뼈가 아픈 듯 느끼는 것은 뼈를 싸고 있는 골막(骨膜)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대선 패배 직후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뼈를 깎는' 뭔가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뼈를 깎는다는 말을 해놓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뼈를 깎겠다는 말은 워낙 많이 해서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수식이 됐다. 뼈에 통점이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부담없이 내뱉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혹, 국민의힘이 12·3계엄 이후 대선까지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행각을 바로 잡는다면 뼈를 깎는다는 말의 값을 조금이나마 할 수도 있겠다.
이하수 기자/중부본부 부장

이하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