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권과 동시에 두 차례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극한 국무회의'란 용어가 나올 만큼 이례적으로 장시간 소요됐다. 국무회의 참석 장관들은 대부분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이들이다. 일종의 '동거 내각(cohabitation)'이 가동된 셈이다.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 대통령도 그런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경제·외교·안보 상황이 위중함에 따른 국정 공백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앞선 정권의 각료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여러 뒷말도 나왔다. 당장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는 이른바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상병 특별검사법)이 의결됐다. 윤석열 정권이 국무회의를 통해 수차례 거부했던 사안이다. 이 대통령이 반대 토론을 허용하고 청취했다고는 하지만 장관들로서 굴욕적일 수 있다.
동거 내각은 프랑스에서 유래한다.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소속정당이 다를 때 발생한다. 내각제 채택 국가에서 여러 정당이 연합하는 것도 일종의 동거내각이다. 국민적 총의를 모아간다는 기능이 있다. 작금의 이재명 정부 동거내각은 일시적이지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여야 극한대치와 계엄령 사태,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란 '민주정'의 불행한 사건을 뒤로 하고 이제는 이념과 정파, 정책을 달리 하더라도 한 나라의 국정을 담당한 이들은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국민의 대리인이지 특정한 인연 때문에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세와 각오가 이재명 정권 5년 내내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가능한 정권교체의 진정한 뜻은 여기에 담겨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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