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그저께 예정된 의총을 40분 전 전격 취소한 과정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당 서열 1위인 김용태 비대위원장조차 패싱당했다. 한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논란을 주도한 사람은 권성동 원내대표다. 그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진다며 한 주 전 사퇴한 상태이다. 인계인수를 위해 최소한의 권한을 수행한다는 묵시적 동의 아래 활동을 이어온 것뿐이다. 그런 그가 매우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 그에게 의총 취소 권한이 있긴 한건가. 대형 사고를 치고는 바로 퇴임 기자회견을 연 것도 볼썽사납다. '먹튀' 인상을 준다. 공당으로서 막장 진풍경이다. 친윤은 늘 그렇게 국민의힘을 함부로 대했다. 사당(私黨) 취급이다. 쌓이고 쌓인 비상식적 행태가 국민적 실망을 쌓고 쌓아 대선 대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의 불행은 다 지난 시간의 되갚음이다.
국민의힘은 '쇄신'의 시간을 지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꾼다면 당의 존폐마저 염려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조용한 쇄신이 어디 있는가. 국민의힘 쇄신(刷新)은 쇄신(碎身·몸을 부수다)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당 상임고문까지 나서 "당 해체 수준까지 각오하고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라고 고언한 마당이다.
16일 원내대표 선거가 쇄신의 성패를 가르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권성동 의원이 의총 취소로 입을 막은 뒤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게 친윤에 유리한 판이 형성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만신창이 정당에 책임을 질 사람이나, 계파 당권이 쇄신보다 우선인 세력을 다시 전면에 세운다면 국민의힘에 진짜 비극의 시간이 올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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