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시간 날아 한국행”…대구지역 병원이 두 번 살린 온두라스 환자

  • 강승규
  • |
  • 입력 2025-06-18 23:51  |  발행일 2025-06-18
美 경유 비자 거부돼 유럽 돌아오는 길 택해…15년 만에 다시 방문
구병원, 외국인 환자에 탈장 수술 무료 지원…국경 넘은 의료 감동
“국적도, 돈도 중요치 않아… 생명을 향한 의료의 본령 지켰다”
구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은 나훔 이삭씨(가운데)와 의료진들. 왼쪽 두 번째는 수술을 집도한 구자일 병원장, 오른쪽 둘째는 나훔 이삭씨 부인.<구병원 제공>

구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은 나훔 이삭씨(가운데)와 의료진들. 왼쪽 두 번째는 수술을 집도한 구자일 병원장, 오른쪽 둘째는 나훔 이삭씨 부인.<구병원 제공>

대구 구병원 입원실에서 회복 중인 온두라스인 나훔 이삭(45) 씨의 환자복 가슴팍에는 15년 전과 같은 병원 마크가 새겨져 있다. 그는 지난 17일 오른쪽 서혜부 탈장 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 지구 반대편 중미 온두라스에서 한국의 의료진을 다시 신뢰하고 찾아온 결과다.


나훔 씨가 대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 삼륜오토바이 택시를 운전하던 그는 왼쪽 서혜부 탈장으로 수년간 고통받았다. 현지 한국인 선교사의 주선으로 대구 구병원을 소개받았고, 생애 첫 비행기를 타고 입국해 무료 수술을 받았다. 건강을 되찾고 고국으로 돌아가 선교사로 활동하던 중, 최근 반대쪽인 오른쪽 부위에 동일한 증상이 발생했다.


온두라스 현지는 외과 수술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다. 나훔 씨는 "돈이 들더라도 한국에서 치료받겠다"며 재방문을 결심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 정부가 온두라스 국민에게 경유 비자 발급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직항 노선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유럽을 경유해 돌아오는 항로를 택했고, 비행시간만 총 32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15일 입국한 나훔 씨는 이틀 뒤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구자일 구병원장은 이번에도 약 300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와 진료비 전액을 면제했다.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치료비를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이다. 구 원장은 "한국에서는 1시간 이내에 끝나는 흔한 수술이지만, 환자에게는 생명을 건 여정이었다"며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믿고 다시 찾아와준 마음이 고마워 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병원은 2000년대 초부터 지역 내 외국인 근로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유방암, 갑상선암 등의 무료 진료와 수술을 시행해 오고 있다. 구 원장은 의료가 국적이나 경제적 형편을 따지지 않고 생명을 돌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번의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나훔 씨는 "한국은 나에게 두 번이나 생명을 준 나라"라며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충분한 회복 기간을 거친 뒤 내달 온두라스로 출국할 예정이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