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k인맥 지도.
TK(대구경북)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린다. 지역민에게 익숙한 정치인 대부분이 국민의힘 소속이라 할 만큼 절대적 정치지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수의 심장에서 태어났음에도 진보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TK 출신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중량급을 자랑하는 이들은 중앙정치의 핵심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진보진영 TK정치인에 대한 관심도 점차 생겨 나고 있다.
◆민주당 속의 핵심 TK
TK 출신 민주당 인사 중에는 총리와 장관을 지낸 인물, 중앙당 지도부를 이끈 인물, 실무형 국정 경험을 갖춘 행정가 등 이른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있다. 이들은 수도권과 중앙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TK 정체성을 정치적 뿌리로 삼고 있다.
정점에는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온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있다. 2012년 "민주당의 마지막 과제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며 경기도 군포에서 대구 수성갑으로 정치적 기반을 옮긴 그는 이후 두 번의 총선과 한 번의 시장 선거 끝에 2016년 마침내 TK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소선거구제 이후 TK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건 처음이다. 문재인정부에서 행안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이번 6·3 대선에서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구 달성군 출신으로, TK 정치지형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5선 의원으로 민주당 대표, 문재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그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당내의 개혁 흐름을 이끌었다. 6·3 대선에서는 '대구의 딸'로 고향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당시 "한 번도 대구정신을 잊은 적 없다"는 그의 발언은 정치적 중대 국면에서 고향을 택한 의미 있는 선택으로 해석됐다.
영천 출신 권칠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대구중·경북고·고려대를 졸업하고 경기 화성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하며, 민주당 대구시당과의 정책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경주 출신 이상식 의원은 대구경찰청장을 지낸 뒤 정계에 입문했다. 제21대 총선에서 수성구을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현재는 경기 용인갑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TK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약자를 향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공감하며 민주당의 길을 택했다.
경북도의원을 지낸 뒤 202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임미애 의원은 영주 출신이다. 의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역 정치에 발을 디딘 후 2022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국회 입성 후 그는 "TK라는 지역 대표성을 가진 사람답게 민주당의 교두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봉화 출신인 홍의락 전 의원은 제20대 국회에서 대구 북구을을 지역구로 두고 활동했다. 이후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의 제안을 받아 들여 경제부시장에 취임했다. 이는 정파를 뛰어넘는 협치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경제 전문가'로서 지역 현안의 실무적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정 시절부터 손발을 맞춘 정책 파트너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TK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사로 꼽힌다. 의성 출신인 그는 재임 당시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와 평화사업을 총괄하며 독자적 역할을 수행했다.
◆조용하지만 강한 현장파
정치적 수사보다 현장 경험과 실무 역량을 앞세우는 인사도 주목된다. 노동과 인권, 안보, 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이들은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의 외연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은 대구에서 나고 자라 성화여고와 경북대 법대를 졸업한 뒤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하며 중견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인권과 여성 이슈에 있어 당내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는 이번 6·3 대선 유세 현장에서 "대구의 딸, 대구의 엄마"를 자처하며 지역 유권자들과 적극 소통했다.
상주 출신 김주영 의원은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경기 김포갑 재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겪었기에 정책이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당내 노동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박해철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공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조위원장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경기 안산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6·3 대선 당시 민주당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지역과의 연대감을 드러냈다. TK 출신으로서 정치적 뿌리를 잊지 않는 행보라는 평가다.
예천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약 중이다. 안보 이슈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당내 대표적인 군사·안보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문건 논란 직후인 12월6일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항의 방문해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계엄과 관련해 사실상의 '자백'을 이끌어내 주목받았다.
상주 출신의 서영교 의원은 3선 중진으로, 당내 원내수석부대표와 최고위원을 역임하며 핵심 역할을 맡아 왔다. 강단 있는 발언과 추진력으로 원내외 존재감을 드러내며, 당내 전략·조율에 있어서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선우 의원은 대구 북구 출신으로, 서울 강서갑에서 재선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황정아 의원은 울진에서 성장한 과학기술 전문가다. KAIST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첫 우주과학위성 개발에 참여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냈으며, 202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울산 남구갑)도 의성 출신이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지난달 "보수의 기능을 국민의힘이 상실했다"며 탈당 후 민주당행을 선택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에도 TK 있다"
조국혁신당 내 TK 출신 현역 의원도 주목된다. 박은정 의원은 구미 출신으로 대구 원화여고를 졸업했으며, 검사 출신으로 비례대표 1번에 올라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개원 직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관련 특검법을 대표 발의하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차규근 의원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 내당초등학교로 전학한 뒤, 영남중과 달성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두 의원은 현재 조국혁신당 대구 책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TK 진보 정치인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TK 향한 민주당의 '조용한 접속'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박찬대 의원은 인천 연수구갑이 지역구이지만, 부친이 경북 안동 출신이다. 그는 "대구는 정서적 고향"이라며 TK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근 수성알파시티를 찾아 "TK를 담당하겠다"던 대선 유세 발언을 현실로 옮겼다. 박주민 의원도 대선 유세 현장에서 "대구 자주 찾겠다"고 약속한 뒤 실제 지역 방문을 이어가며, TK 민심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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