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대구 북구 iM뱅크 제2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주민공청회'에서 김종일 대구서구의회 의원이 서구 노선 반영을 촉구하며 강하게 발언하고 있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한 이날 공청회는 철도 소외 지역 주민들의 관심 속에 치열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미 다 정해 놓고 무슨 공청회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철도망 구축이냐."
26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iM뱅크 제2본점 2층 대강당. '대구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한 시민들로 300여개 전 좌석이 금세 가득 찼다.
안정화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향후 10년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을 발표하자 곳곳에서 웅성거렸다. 발표 20여분이 흐른 시점엔 공청회 내용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서구 주민들은 분노에 가득찼다. 한 서구 주민은 "행정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호통쳤다. 서구 주민들이 그간 그렇게 요구한 서대구역~평리네거리(서대구로)~두류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도시철도 5호선 노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서구 주민 김모씨는 "평리뉴타운 입주민 중 많은 이들이 과거 계획을 믿고 이사했다. 그런데 손바닥 뒤집듯 계획을 바꾸는 행정에 허탈감을 느낀다"며 "이 노선대로라면 서구 주민은 사실상 5호선 접근이 불가능하다. 서구를 철저히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도시철도 5호선은 서구의 염색공단 등 공업지역을 관통한다. 하지만 대규모 주택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제외됐다.
김종일 서구의원은 "서구는 염색공단 등 지역 혐오시설로 가득하지만, 주민들은 묵묵히 참아 왔다"면서 "도시계획마다 서구는 늘 소외됐다. 이번 철도망 구축도 마찬가지다. 서대구로를 관통하는 5호선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계속 날선 비판이 이어지자 도시철도망 구축을 주도한 실무진이 방어에 나섰다.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것이다.
안정화 연구위원은 "시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결과다. 완벽하진 않을 수 있으나, 대구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해 순환선부터 확보하자는 판단에 따랐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요청도 빗발쳤다. 달서구 주민들은 죽전~월배~상동을 잇는 '달서선' 신설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달서구 주민은 "이번 계획에서 서대구역~ 월배 생활권~죽전역을 잇는 달서선 논의가 왜 후순위로 밀려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달서구 주민들은 고속철도를 이용하려면 동대구역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십수 년째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성군 가창면에서 온 한 주민은 "가창면은 제조업체 공장이 많아 유동인구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대중교통 인프라는 전무무하다"며 "가창 일대 도로의 정체 현상이 수십 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빠른 철도망 구축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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