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령 작가가 자신의 작품 '여기가 지상낙원'을 감상하는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아트스페이스펄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새하얀 전시공간 한켠을 온전히 차지한 홍희령 작가의 설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벽면에는 특정 장소의 좌표들을 자수로 새긴 액자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도 좌표가 적힌 투명 풍선들이 흩어져 있다. 전시장 중앙부에 자리한 바퀴가 달린 빈백(beanbag)에는 액자 속 좌표를 자세히 응시할 수 있도록 망원경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아트스페이스펄(대구 동구 효신로 30, B1)은 오는 13일까지 홍희령·변연미 2인전 '감각의 좌표(좌표여행을 위한 감각코디)'展(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홍희령 작가의 설치작품 '여기가 지상낙원'과 더불어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 중인 변연미 작가의 회화 작품 13점을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홍 작가의 작품 속 좌표가 실제 존재하는 인기 관광지의 좌표라는 것이다. 관람객은 바퀴 달린 빈백(beanbag)에 편히 앉아 부유하듯 전시장 내부를 떠돌며 망원경으로 액자를 바라본다. 액자 속 좌표의 유명 관광지들을 떠올리며 '방구석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다.
홍 작가의 작품은 코로나19 펜데믹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홍 작가는 "2020년의 세계는 코로나19 감염의 공포로 인해 모두가 집 안에 갇혀버린 상태였다. 펜데믹 당시 나만의 지상낙원이 어디인지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지상낙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변연미 작
변연미 작가의 이번 전시작들은 '꽃'을 다루고 있다. 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가의 몸짓과 재료의 물성으로 회화적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은) 완성되지 않은 꽃의 형상이기도 하고 숲에서 언뜻 보았던 화려한 색과, 스쳐간 바람의 형태 같기도 한 자연의 모습들이 나의 내면에 쌓여 표현되어진 추상적 풍경"이라고 부연했다.
아트스페이스펄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창작과 감상 사이의 '정서적 지형도'를 그릴 좋은 기회다. 홍희령의 좌표와 변연미의 회화적 감각을 통해 나만의 지상낙원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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