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포항 송도해수욕장이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재개장 첫날, 바닷물 위에 가장 먼저 웃음꽃을 피운 건 외출을 나온 해병대원 네 명. 수영복 차림의 청년들이 친구를 들어 파도 속으로 내던지고, 물보라를 튀기며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에 해변은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물놀이를 마친 해병대원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모래사장 끝에 줄지어 앉았다. 웃음소리는 멎고, 대신 눈앞엔 조용한 수평선이 펼쳐졌다. 그들 등 뒤로는 18년의 시간을 잠잠히 이겨낸 송도해수욕장이, 잊히지 않았다는 듯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해변에는 외국인 가족도 눈에 띄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파도를 맞으며 웃음을 나누는 모습은 송도가 단순한 피서지를 넘어 글로벌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도심과 가까운 지리적 장점은 송도를 더 매력적인 휴양지로 만들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 개장해 한때 동해안 대표 피서지로 사랑받았지만, 2007년 백사장 유실과 수질 악화로 문을 닫았다. 이후 수중 방파제 설치, 백사장 복원, 편의시설 정비 등 10여 년에 걸친 복원사업을 통해 마침내 오늘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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