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정부조직 개편안 설계가 사실상 막판 조율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다음 스텝으로 개헌이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현되면 1987년 이후 40년 만의 대전환 토대를 마련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지방분권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지방자치 강화는 또다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이 대통령의 개헌 공약을 구체화하고 이를 국정과제에 반영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국정위 활동 기한은 내달 14일까지이지만, 국정위 측은 그보다 이른 시일에 100대 국정과제, 국정운영 5개년 개획 수립 등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할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방자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5월18일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대통령 거부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때문에 대통령 임기 초반이라는 '골든타임'을 활용해 추진되는 개헌안에 지방분권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면 균형발전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위가 대통령 공약을 바탕으로 정책 설계를 시작한 만큼, 초반 국정 동력에 맞춰 진행되는 개헌 논의에 지방분권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지 않는다면 과거 실패 사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실질적 지방자치를 실현하자는 구상인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지방분권 개헌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지방살리기3법을 추진했으나, 정치권과의 온도차로 정권 교체와 함께 좌초됐다. 문재인정부 역시 2018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민선자치의 탄생으로 주민의 정치적 권리가 강화되고, 주민참여 중심의 행정서비스가 확대된 점은 성과지만, 30년이 된 지금까지도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재정의 지방 이양은 풀어야 할 과제"라며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는 한 균형발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역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5극3특' 전략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별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한편,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 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정책 자율성과 재정 권한이 크게 제약돼 있는 현 상황에선 지역 주도 균형발전이 이뤄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광역 단위로 지역을 통합해 균형발전을 추진하려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과거 정부들이 실패한 핵심 이유는 권한 이양 없는 '형식적 통합'에 있었다"며 "지자체 간 협력과 주민 공감, 재정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지자체 간 협력 역량과 공동 사업 추진 의지가 선결돼야 하고, 중앙은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함께 실질 권한을 넘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 등 3대 권한을 헌법에 명시해야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설계가 가능하고, 지방소멸과 같은 구조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는 "지방분권은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치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비전인 동시에 권력분립을 통해 민주주의 이념을 견고히 실현할 수 있는 실천 방안 중 하나"라며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강화는 시대적 과제다. 지방분권 강화의 내실화와 제도화를 통해서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생활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