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왼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의원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진표 윤곽이 드러나면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당내에서 혁신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상황이어서 수용 여부 결정자인 당권 주자들 반응도 냉랭해 혁신안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야권에 따르면 윤 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계파와 관계없이 혁신안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만큼, 이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더라도 추인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안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잠정 연기했다. 혁신안에 대한 의원들의 논의가 계속 미뤄지면서 당 일각에선 혁신안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위원장이 사죄문 당헌 명시를 비롯해 일부 의원들에게 거취를 표명한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약 한 달 뒤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 일정까지 확정되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당 지도부는 당내 반발 등을 고려해 혁신안을 차기 지도부에 넘길 가능성이 높아 수용 여부는 사실상 당권 주자들의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혁신위가 낸 방안들은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과거 최재형 혁신위, 인요한 혁신위도 사실상 좌초됐다"며 "결국 당권 주자들의 판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윤 위원장의 혁신안은 전당대회 국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 당권 주자들이 혁신안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인적 쇄신' 방향에 대해 "이유와 근거, 지목된 당사자가 자신을 변호할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며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당의 발전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혁신이 돼야 한다"고 했다.
혁신안이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탄핵 찬성파인 친한(친한동훈)계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인적 청산이나 사람들에 대한 문제는 싹 접어두고 어마어마해 보이는 개혁안을 내면 개혁이 될까"라며 "뭐가 달라질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2호 혁신안에 대해 "당원의 최고위원 선택권을 뺴앗아 대표에게 헌납하는 건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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