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선산읍 완전리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은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버겁다. 담벼락마다 내려앉은 노후 주택 사이로 '임대' 문의 벽보가 곳곳에 붙어 있다. 해가 지면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건 드문드문 설치된 낡은 가로등뿐이다. 이곳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70대 주민 A씨는 "주차할 곳이 없어 매일 이웃과 얼굴을 붉히고, 밤에는 길이 어두워 외출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한때 2만 4천명을 상회하던 선산읍의 활기는 1995년 구미시·선산군 통합 이후 서서히 가라앉았다. 행정 기능이 시청 중심으로 옮겨가며 공무원과 상인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선산읍 인구는 1만 3천347명으로 집계됐다. 통합 당시 2만 1천385명이었던 인구의 38%인 8천38명이 30년 사이 마을을 떠났다. 특히 2023년 말 1만 4천명 선이 무너진 이후 인구 급감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낙후된 저층 주거지의 한계가 인구 유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자, 구미시는 이곳을 아파트 단지 수준의 정주 여건을 갖춘 새로운 공간으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주관 '뉴빌리지 공모사업'에 선정된 선산읍 완전·동부지구(8만 3천126㎡)에는 오는 2029년까지 총 250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 24일 추경을 통해 확보된 44억 2천900만 원의 예산은 이 변화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벽화 그리기나 도로 보수 수준의 기존 도시재생과는 궤를 달리한다. 아파트의 장점인 공용 인프라를 단독주택지에 이식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다. 마을 곳곳에는 대규모 주차장과 도시공원, 다목적 광장이 들어서며, 생활문화센터를 통해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주민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된다. 치안 공백을 메울 스마트 보안등과 CCTV 설치, 마을길 전면 정비도 포함됐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노후 주택을 직접 재건축하려는 주민에게는 기금 융자와 함께 도시·건축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규제에 묶여 손대지 못했던 낡은 집들이 민간 주도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구미시는 올해 연말까지 토지 보상과 공공건축 설계 공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선산읍의 주거 환경을 아파트 수준으로 끌어올려 인구 유출을 막고 정주 만족도를 높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백종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