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스틸법 신속 처리로 포항 철강산업 살려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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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6 07:26  |  수정 2025-09-01 11:10  |  발행일 2025-09-01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위기의 국내 철강산업 지원에 손을 맞잡았다.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합심해 그저께 이른바 'K-스틸법'을 공동 발의했다. 여·야가 방송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강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철강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해 협치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법안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철강특구 조성, 수입재 규제 강화, 녹색철강 기술에 대한 재정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 철강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등 구원투수이자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백척간두의 위기다. 미국의 관세 폭탄, 중국의 저가 공세, 유럽의 탄소 규제라는 삼중고에 허덕인다. 특히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이 지난 6월부터 철강 제품에 품목 관세 50%를 부과한 것은 수입 금지 조치에 가깝다. 이로 인해 철강 제품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포항의 경제는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러스트 벨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K-스틸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의 첫 협력 사례로 의미가 크다. 정파를 초월해 발의에 나선 만큼 국회는 경제·민생 회복 차원에서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 철강산업에 힘을 보태야 한다. 때마침 정부도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하기에 앞서, 어제 현장 실사를 진행하는 등 지원에 발맞추고 있다. 지정이 확정되면 금융, 고용, 연구개발 분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위기 극복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 확보이다. 철강산업과 포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기 전에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회복 속도 또한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 국립대병원법 개정 추진, 지역의료 붕괴 막는 첫걸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최근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 방안을 담은 '국립대학병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병원 운영비와 시설·설비 경비 등은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고 부족분만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국가가 국립대 병원시설과 설비 설치, 증·개축, 운영에 필요한 경우 출연금과 예산,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경북대병원을 포함해 전국 주요 국립대병원은 예산 부족, 용적률 포화 등으로 암병원 건립, 응급의료센터 확충 등 신규 필수 시설 보강을 못 하고 있다.


매년 눈덩이처럼 커진 적자로 경영 위기도 겪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전공의 사태, 의료 수가 인상 지연 등으로 지난해 1천여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11개 국립대병원 중 서울대병원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도 수백억 원 대의 적자를 내며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다른 지방 국립대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국립대병원들은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 주변의 고시원, 여관 등에는 지방에서 찾아온 원정환자들로 '환자촌'까지 형성되는 현실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새벽 KTX를 타고 서울에서 진료받고 돌아가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니 지방의대 출신 의사들도 서울로 떠난다. 그러니 의사 많은 서울로 환자가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지방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가 다반사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국립대병원으로 만들기 위해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빅5급으로 성장시키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 시작이 이번 국립대병원법 개정이다.



◈ 제1야당 쏙 뺀 정청래의 '예방'…野대표 패싱한 尹 연상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어제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진보성향 4개 야당 대표를 예방했다. 취임 인사차였다. 그런데 일정에 제1야당만 쏙 빠졌다. 정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부를 예방하지 않은 것은 경선 내내 강조해 온 "내란세력과 타협·협치·거래는 없다"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당시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거부해온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협량했던 행태가 오버랩된다. 대통령 취임 720일 만에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당시 '소통 협치의 시작' 이라 호들갑 떨었던 건 민주당이었다. 처지가 바뀌었다고 입장이 바뀐 건가.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른 '여측이심(如廁二心)의 정치'가 설마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는 아닐 터이다.


대표 취임 후 첫 예방인 만큼 정 대표는 각 당에 민주당과의 협력과 공조를 요청했다. 소통과 협치의 정치 문화 조성은 집권 여당에 더 필요하다. 제1야당과의 협치 없이 어떻게 민생을 살릴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 소통의 문을 스스로 닫았다. 정 대표는 "내란에 대한 사과·반성이 먼저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 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확정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만나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수사는 수사고 한 번 만납시다"라고 한 게 누구였던가.


정 대표는 어제 한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정당 해산) 못할 것 없다"라는 말도 했다. 실제 그는 국회 의결로 정당해산 안건을 국무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성과 쇄신은 지당한 일이긴 하지만, 그 당의 운명은 국민의 심판에 맡기는 게 순리다. 거대 여당 대표의 독주와 독선이 우려스럽다. 이건 국민의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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