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서 내려 본 소백산 능선 저절로 힐링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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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8 10:11  |  발행일 2025-08-08
폭 5m, 높이 28m의 수직 낙차는 사진보다 실물이 압도적인 희방폭포. <영주시 제공>

폭 5m, 높이 28m의 수직 낙차는 사진보다 실물이 압도적인 희방폭포. <영주시 제공>

영주 소백산. <영주시 제공>

영주 소백산. <영주시 제공>

"쉬는 것도 기술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빼곡한 피서지에서 진짜 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적이는 인파, 폭탄 같은 숙박비, 피로감까지 남기는 여행은 그만. 이번 주말, 무리하지 않고도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역사와 자연, 맛과 감성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도시, 경북 영주다.


영주를 대표하는 자연은 단연 소백산. 철쭉, 단풍, 눈꽃으로 사계절을 장식하는 이 산에는 여름철 시원한 희방폭포가 백미다. 폭 5m, 높이 28m의 수직 낙차는 사진보다 실물이 압도적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서면 소백산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지고, 소수서원과 선비촌까지 돌아보면 천년의 시간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고요한 산사, 천년 고찰, 서원의 처마 끝에 매달린 세월이 마음을 다독인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절로 힐링이 된다.


자연과 유적이 주는 감동에 설명이 더해지면 그 감동은 배가된다. 주말마다 운영되는 문화해설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특히 유용하다.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일대에선 문화재의 역사와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해설을 제공한다. 단순한 '관광'을 넘은 '경험'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선비세상에서는 어린이 대상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선비의 글씨를 따라 써보고, 유교의례를 간접 체험하며 조선시대 선비들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영주는 경북 북부 반가문화의 중심지답게 음식도 품격이 있다. 순흥 전통묵집의 묵밥은 메밀묵 본연의 담백함을 살려내는 정통 시골 맛이다. 메뉴는 단 하나, 묵밥. 그 자신감이 맛으로 증명된다. 구운 김, 명태무침, 양념간장까지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상차림은 한 끼 이상의 만족을 준다.


냉면이 당긴다면 풍기읍 '서부냉면'을 추천한다. 북한식 냉면의 정수를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메밀 면발과 닭 육수가 어우러진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 직접 빻아 만든 면발은 탱탱한 탄력과 메밀의 구수함을 동시에 안긴다.


매운맛에 땀을 뻘뻘 흘리며 쫄면을 한 젓가락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중앙분식'은 40년 전통의 원조 쫄면집. 간장쫄면도 있으니 매운 걸 못 먹는 이들도 걱정 없다. 또 하나의 핫플은 '랜떡'(랜드로바 떡볶이). 정식 주소 없이 입소문만으로 전국 떡볶이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끄는 떡볶이 성지다.


영주는 풍기인삼만큼이나 인견이 유명하다. 땀 흡수율이 좋고 정전기가 없으며, 몸에 달라붙지 않는 자연섬유 인견은 '에어컨 섬유'라 불릴 정도로 여름철 최적의 소재다. 여행의 마지막은 인견 이불이나 옷 하나 장만해 돌아가는 '쇼핑 마무리'가 딱이다.


서울에서 영주까지 KTX로 단 1시간40분. 가깝지만, 느낌은 아주 멀고 특별한 그곳. 이번 주말은 휴가 대신 '영주'로 가보자. 뭘 하든, 누구와 가든, 만족감이 다르다. 영주가 준비한 여섯 가지 '거리'가 당신의 지친 일상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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