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집단 본능

  • 조현희
  • |
  • 입력 2025-08-14 19:23  |  발행일 2025-08-14
신간 '집단 본능'은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부족주의가 오히려 협력과 화해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집단 본능'은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부족주의가 오히려 협력과 화해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치적 양극화와 상호 불신이 극한으로 치닫는 시대다. 상대 정당을 소통이나 협력이 불가능한 존재, 때로는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여기는 극단적 분열이 나타난다. 이는 일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사회 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사회 통합도를 4.2점으로 평가했다. 10점이 최고치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진영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청년들 사이에선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사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양당의 지지자들은 거주지, 말하는 방식, 음악, 차량, 음식, 의복에서조차 차이가 난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컨트리 음악을 즐겨 듣고, 픽업트럭을 주로 타고,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의류 브랜드를 선호한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힙합 음악을 즐겨 듣고,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주로 타고,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선호한다.


집단 본능/마이클 모리스 지음/부키/452쪽/2만2천원

집단 본능/마이클 모리스 지음/부키/452쪽/2만2천원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흔히 '부족주의'가 지목돼 왔다. 외집단에 대한 원초적 증오가 표면화되어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간 '집단 본능'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부족주의가 오히려 협력과 화해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명한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진화와 과학에 근거해 이 주장을 입증한다. 그는 "'우리(Us)' 본능이 필연적으로 '그들(Them)'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지만 진화론이나 심리학의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우리는 흔히 합리성, 창의성, 도덕성 등을 인간의 특징이라 교육받는다. 순응, 지위, 전통주의 같은 것들은 그릇된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인문학적 세계관이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동료를 따라하고, 전통을 계승하려는 부족주의야말로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부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수백만 년 전 선사시대부터 21세기 현재까지 인류 진화의 역사를 가로지른다. 역사, 대중문화에서 정치, 비즈니스까지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사례와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행동과학 등 각 학문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소개한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처럼 척추가 곧았고, 뇌 크기도 같았고, 신체는 더 강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퍼지고 몇천 년 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그 이유 역시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할 줄 아는 '부족 본능'에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근 씨족들과 싸우고 서로 잡아먹은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그들과 거래하고 짝짓기를 했다. 신뢰와 협력의 반경이 씨족 단위에서 '부족' 단위로 확장된 것이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 대표팀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사례도 나온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을 때 그는 '동료 본능'을 자극했다. 선후배가 한방을 쓰도록 하고, 존댓말 사용을 금지했다.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부족 본능은 지능적인 종을 방해하는 버그가 아니다"며 "우리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조하는 인류의 막강한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맞딱뜨린 위기들을 집단의 힘으로 해결하는 법으로 안내한다.


저자인 마이클 모리스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및 심리학과 교수다. 리더십,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협상, 의사 결정에 관한 석사 과정과 임원급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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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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