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이방인이라도 괜찮아”…위태로운 소녀들에게 건네는 위로

  • 조현희
  • |
  • 입력 2025-08-17 18:48  |  발행일 2025-08-17
대구 출신 신보라 작가의 ‘울트라맨을 위하여’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소설은 때때로 타인을 향한 위로가 된다.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같은 것들이 문장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신보라(31) 작가의 '울트라맨을 위하여' 역시 그런 소설이다. 보호받지 못하는 두 소녀의 우정과 그들을 멀리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담담한 문체와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전개 속에서도 섬뜩한 장면들과 가슴 아픈 순간, 그리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 모두 존재하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지난달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응모작만 400편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수상 없이 단독으로 선정됐다.


작품을 쓴 신보라 작가는 대구에서 활동 중인 몇 안 되는 젊은 소설가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대구 중구 향촌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장편소설 '울트라맨을 위하여'를 쓴 신보라 작가. 두 소녀의 우정과 그들을 멀리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조현희기자

장편소설 '울트라맨을 위하여'를 쓴 신보라 작가. 두 소녀의 우정과 그들을 멀리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조현희기자

'울트라맨을 위하여'의 출발은 한 노래를 반복해 듣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태지의 노래 '울트라맨'이 모티브가 됐다. 스무살 무렵 우연히 들은 이 노래는 신 작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소리도 크고, 가사도 이상해서 처음엔 웃으며 들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들었을 땐 슬펐다.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말하는데, '그래 나 미쳤다'고 말하는 게 당시 엄청 슬펐어요. 이때 우주나 메리 같은 위태로운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소설은 이해할 수 없는 세상과 맞서는 서태지의 노래처럼,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두 소녀의 이야기다. 아버지를 잃은 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이 우주가 전학 간 학교에서 왕따인 메리를 만난다. 꿈 많은 소녀 우주의 상상이 빚어낸 여러 망상 속의 이야기와 차갑게 대비되는 현실 속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신 작가는 그런 우주 같은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소설을 쓰다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올랐어요.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기도 했고, 이방인이라는 느낌도 받았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안 힘들어했어도 됐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조금 방황을 해도, 조금 못돼도 이기적이어도 그때는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울트라맨을 위하여/신보라 지음/앤드/208쪽/1만5천원

울트라맨을 위하여/신보라 지음/앤드/208쪽/1만5천원

'우주는 울트라맨이 되고 싶다. 어디서든 어깨를 움츠리지 않을 수 있게 단단한 갑옷을 가진 울트라맨이 되고 싶다.' (60쪽)


작가의 전작들이 그렇듯 이번 소설의 문장도 짧고 반복적이다. 리듬감 있는 단문들이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소설이 마치 음악처럼 흐르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써져서"라고 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문장을 가리지 않지만, 자신이 쓸 때는 항상 단문이 나온다고.


영감은 일상의 순간에서 불쑥 찾아온다. 신 작가에게는 거리의 간판일 때가 많다. "길을 걸을 때 간판을 많이 본다"는 작가는 이번 소설에도 간판에서 비롯된 장면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비디오 감상실 간판이 비스듬히 꺾여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왼쪽에서 볼 때랑 오른쪽에서 볼 때 글자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 이미지에서 착안해 쓴 장면이 이번 작품에 담겼어요."


요즘 신 작가는 세 명의 여성이 나오는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여성들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 시절의 상처가 어떤 경험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들이 각자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떤 사람으로 변하는지를 그린다.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도 대구에서 글을 쓰는 작가에게 창작 환경에 대해 묻자 "조금 외롭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 쓰는 분들은 꽤 있는 것 같은데, 소설 쓰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소설이 어떤지 읽어봐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혼자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그녀는 주말마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카페에 가 글을 쓴다. "앉아 있는 게 괴로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즐거움이 더 커요. 작품이 발표가 되든 안 되든 일단은 계속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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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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