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영남일보DB
정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 법제화 지침을 두고,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 같은 처우를 보장받는 데 대해 대구경북 노동계는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영 체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여긴다.
지난 17일 대통령직속국정위원회는 연내 근로기준법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노동계는 숙원이던 임금 차별 철폐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전면화를 적극 반겼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측은 "노동계가 오랜 세월 요구해 온 만큼 제도화 추진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잘 정착되면 한국 노동시장 전반에 자리잡은 뿌리 깊은 차별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대구본부 측도 "기업의 임의적 임금 차별을 바로잡지 않으면 지역 청년층 이탈은 계속될 것"이라며 "그간 공정한 임금체계 마련은 현재 한국 노동 현장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자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했다.
경영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제도적 일괄 적용에 대한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동일노동'의 범위와 기준 설정이 애매모호하고, 업종별·직무별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과 노동자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기중앙회 대구본부측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필요하지만, 직무급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단계적 접근 없이 일괄 적용하면 숙련도나 성과 차이가 있는 현실 업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 제도의 법제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안착을 위한 단계적 접근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이종선 교수(노동대학원)는 "한국의 후진적 '노동 2중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한동안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동일임금 법제화는 필수적"이라면서도 "다만,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임금 격차 해소 정책이 실패한 만큼,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년 일본이 '동일임금'과 연계된 노동기준법 개정을 통해 임금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한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고 했다.
경북대 신중언 교수(경제학과)는 "동일임금 적용 과정에서 임금 기준과 제도 전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동일 사업장 내 노동자 간 적용이라면 '동일노동' 범위 합의는 어렵지 않다. 정규직 임금을 기준으로 삼는 게 입법 취지에 부합하며,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에선 직무급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동일임금은 비정규직 임금 상승으로 노동계가 환영할 수 있지만, 직무급제 전환은 장기적으로 정규직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어 이해관계 균형이 가능하다. 현재로선 충분한 점검과 적절한 시행 시점을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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