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산산업단지 내 한 자동차부품업체 공장에서 자동차부품이 생산되고 있다. <영남일보 DB>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50% 고율 관세 부과를 기계, 자동차 부품 등 파생상품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이들 품목이 주력 산업인 대구경북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조치에 포함된 407개 품목의 세부 내역이 국내 기준(HS코드)으로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데다, 지역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정보 수집과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각)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품목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번에 추가된 품목은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및 부품 등으로 이는 대구경북의 핵심 수출 품목과 일치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동부 기준 18일 0시1분 이후 미국에 수입 통관되거나 보세 창고에서 반출된 통관 물량부터 적용된다.
철강·알루미늄 함량 비율에 따라 50% 관세가 부과되고, 이 함량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라별 상호관세율(한국 15%)이 적용된다. 예를 들면 50%의 알루미늄 함량으로 만들어진 100달러짜리 전자제품의 경우 함량 기준에 따라 50달러에 50%(25달러)를 품목관세로, 나머지 50달러에 상호관세 15%(7.5달러)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역 수출 1·2위 품목 직격탄
대구본부세관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을 보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대구의 경우 상반기 수출 1위 품목이 기계류 및 정밀기기(8억9천만달러, 20.3%)였으며 전기·전자제품(6억6천만 달러, 14.9%)과 자동차부품(5억3천만 달러, 12.2%)이 뒤를 이었다. 경북 역시 전기·전자제품(72억 달러, 39.9%)이 수출 1위, 철강제품(43억 5천만 달러, 24.1%)이 2위, 기계류·정밀기기(12억 8천만 달러, 7%)가 4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 품목의 주요 수출 시장이 바로 미국이라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대구가 21.3%(9억4천만달러), 경북은 20%(36억달러)로 두 지역 모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상대국이다. 핵심 산업의 주력 시장에 높은 관세 장벽이 세워지면서 지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저하와 수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확한 세부 품목 아직 몰라"
또 이번 조치에 미국 HS코드 8~10단위 품목이 혼재돼 있어 국내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포함 여부를 즉각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관세당국에 따르면 미국이 발표한 품목 코드와 우리나라의 코드가 세부적으로 달라 대조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15일 미국은 추가 관세 발표 당시 407개 품목 코드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 대구본부세관 관계자는 "관세청에서 품목 코드 대조·일치 작업이 조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확정 이후 영향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인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중견 기업들은 철강·알루미늄 함량을 계산하고 원산지를 증명하는 등 복잡한 통관 절차에 대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역 업계가 중소기업 위주다보니 대형 고객사의 지침이 나와야 실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정책이 확실해질 때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상무부가 오는 9월에도 자국 업계의 요청을 받아 관세 대상을 지속해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지역 산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중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입규제 대응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컨설팅 지원과 기업 분담금 인하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50%의 고율 관세와 이번 추가 조치로 큰 타격이 예상됐던 지역 알루미늄 업계는 미국 직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추가 관세 부담은 일단 피해가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알루미늄 업계는 내수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고, 대미 직수출이 거의 없어 영향이 적은 편이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 대표 알루미늄 기업에 문의해 본 결과, 영업구조상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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