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원전의 굴욕적 불평등 계약…원전산업 중추 TK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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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0 07:24  |  수정 2025-09-01 11:47  |  발행일 2025-09-01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매우 굴욕적인 불평등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어제자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불평등 계약' 중 충격적 내용을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첫째,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이 WEC 측에 넘어가도록 규정됐다. 둘째, 우리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도 WEC 측의 사전 검증을 받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한 독소조항도 포함됐다. 셋째, 이 계약의 존속 기간이 무려 50년이나 된다.


대한민국의 '원전 중심축' 대구경북으로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동해안 원전벨트에는 한수원 본사를 비롯 협력업체와 연구시설이 밀집, 전력 생산뿐 아니라 설계·운영·인력 양성까지 모두 수행하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수출형 원전 프로젝트의 전초기지나 다를 바 없다.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SMR의 개발과 실증 경험은 경북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에는 고정밀기계가공, 제어기술, 내열금속가공 등 원전 기자재 핵심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이 즐비하다. 경북대, 포스텍,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은 원자력공학 및 에너지 관련 학과를 통해 꾸준히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기술력과 인프라는 원전 수출 경쟁력의 핵심자산인 셈이다.


이번 굴욕적 계약으로 원전 르네상스를 향한 대구경북의 꿈과 미래비전에 '50년 족쇄'가 채워진 셈이다. 원전 1기당 건설비 10조원 중 3분의 1 남짓만 핵심설비 비용인데 이를 다시 WEC와 나눠먹는다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조급한 성과주의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 정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 이를 공개하고 신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이젠 공보의까지 태부족, 농촌 의료 공백 대책 시급하다


경북지역 보건지소 중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없는 곳이 4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경북지역 보건지소 209곳 중 82곳(39.2%)에 공보의가 없었다. 2023년 23.8%였던 공보의 미배치가 1년 새 15.4%나 늘었다. 작년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불똥이 농촌주민에게까지 튀었다. 정부가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을 이유로 농촌지역 공보의를 차출하고 신규 공보의 배치 인원마저 줄였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의료여건이 도시보다 열악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할 병·의원 찾기가 힘들다. 민간 병·의원이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촌에 신규 개원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의료 사각지대인 농촌에서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 보건소·보건지소다. 공보의는 군대에 가는 대신 3년간 보건지소 등 의료취약지에서 진료한다. 하지만 공보의 수가 10년 새 40% 이상 줄었다. 공보의 감소로 농촌주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 정부의 병역·공공의료 정책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공보의가 줄어든 것은 공보의와 일반 사병 간 복무기간 불균형, 열악한 근무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도 국방부와 협의를 통한 복무기간과 처우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 농촌지역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공보의 복무를 피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면 농촌지역 의료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보의 감소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농촌주민이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몸이 아픈데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 이재명 정부, TK신공항 재원 조달 보완책 세워야


대구경북(TK) 신공항 사업이 분수령을 맞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조만간 대구국제공항 이전 내용을 담은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공항 이전계획이 확정되면 지지부진하던 TK 신공항 사업도 어느 정도 가닥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TK 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군 공항(K-2) 이전에 11조5천억 원, 민간공항(대구국제공항) 건설에 2조6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론 군 공항 이전 사업비를 도저히 마련할 수 없어,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따라서 국토부의 이번 고시에서 민간공항 이전 관련 사업비 등이 확정되면 TK 신공항 사업 재개의 동력을 회복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TK 신공항 사업의 핵심은 재원 조달방안이다. 그동안 대구시가 내놓은 공적기금 활용, 지방채 발행 등의 방안들이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국면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이다. 재원 조달방식으로는 기부 대 양여와 함께 국가 대출 보증, 국비 확대, 공공기관 출자 등 '혼합모델'이 합리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때마침 대통령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가 '시·도별 공약 및 추진과제'에 'TK 신공항 사업 지연 해소'를 명문화한 만큼, 국토부도 이제는 TK 신공항 추진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러려면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TK 신공항 TF'를 하루빨리 구성하고, 국방부·기재부·지자체와 함께 사업비 조달방안 등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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