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창헌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

A형간염 예방 방법
간은 체내에서 가장 큰 장기다. 성인의 경우 약 1.2kg에서 1.5kg 정도 무게를 가진다. 횡격막 바로 아래 오른쪽 상복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장기는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관여하는 기관이 아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대사를 처리한다. 알코올이나 약물, 체내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해독하고, 영양소를 분해·합성하며,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한다. 또한 소화에 필요한 담즙을 만들어내고, 철분·비타민을 저장하며, 면역세포 활동에도 관여한다. 이런 복합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간은 특이하게도 신경세포가 적다. 덕분에 웬만한 자극에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이 때문에 병이 깊어질 때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는 점이다.
◆간질환의 대표적 원인, 간염
간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간염'이다. 간염이란 간세포가 손상돼 염증 반응이 일어난 상태를 말한다. 과도한 음주, 약물 독성, 지방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이다. 바이러스 간염은 A형, B형, C형으로 나뉜다. 한국의 경우 2024년 한 해 동안 C형 간염 환자가 6천406명으로 전체 간염의 74.6%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A형 간염이 13.7%(1천176명), B형 간염이 그 뒤를 이었다. 그중에서도 A형 간염은 위생 상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항체 보유율 차이에 따라 연령별 발병률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A형 간염, '더러운 손병'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간염이다. 전파 경로가 비교적 단순하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과 음식, 환자의 분변이 원인이 되어 경구 감염이 이뤄진다. 그래서 흔히 '더러운 손병'이라고 불린다. 잠복기는 평균 28일 정도로 길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오심·구토, 전신 쇠약감, 피로감이 심해지고, 소변색이 짙어지며 황달이 나타난다.
◆제한적인 치료
급성 A형 간염은 대부분 수주에서 수개월 내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특이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대증치료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결국 충분한 영양 공급과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약 1% 미만의 환자에서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간 기능이 급속도로 상실되고, 의식 저하나 뇌부종, 심한 황달이 나타난다. 치료가 늦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결국 간이식까지 고려 해야 한다.
◆30·40대 취약
세대별 항체 보유율을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1970년대 이전 출생자는 성장기에 위생환경이 지금처럼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항체가 생긴 경우가 많다. 반면 1980년대 이후 출생자는 위생이 개선되면서 자연 감염 경험이 적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항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성인이 된 이후 감염될 위험이 커졌다. 특히 30~40대 성인에서 발병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40세 미만 성인은 예방접종이 필수다. 40세 이상이라도 항체 검사를 통해 면역이 없다고 확인되면 반드시 접종을 받아야 한다.
◆유럽에서 확산
최근 영국 <더 선>이 공개한 체코 보건당국 자료에 따르면, A형 간염 확진자가 928명 발생했고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주변국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간염과 별개로, 국제적 확산세는 해외여행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 유럽 여행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예방접종 여부 확인은 필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양창헌 진료과장은 "A형 간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라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반드시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유럽의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지로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 과장은 이어 "A형 간염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과 직결된다. 하나의 감염이 집단 급식을 통해 수십 명, 수백 명으로 확산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덧붙였다.
◆간을 지키는 생활 수칙
흐르는 물에 최소 30초 이상 비누로 꼼꼼히 손을 씻는 습관은 A형 간염을 비롯한 각종 감염병 예방의 출발점이다. 식사 전이나 외출 후, 화장실 사용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예방접종은 필수다. 항체가 있는지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항체가 없을 경우에는 반드시 접종을 해야 한다. 절주 역시 간 건강의 중요한 열쇠다. 과음은 간을 혹사시키는 지름길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남기기 때문에 음주가 잦으면 간세포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긴다. 술은 되도록 줄이고, 반드시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기름지고 가공된 음식은 간에 부담을 준다.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단백질은 간세포 회복을 돕고, 항산화 성분이 많은 채소와 과일은 염증 억제에 효과적이다. 정기검진은 간 건강을 지키는 안전망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간 수치(AST, ALT 등)를 확인하고, A형 간염 항체 보유 여부나 B형·C형 간염 감염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