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공직에 몸담은 신경섭(61) 시인이 첫 시집 '생각의 풍경'(문학공간)을 펴냈다. 신 시인은 대구시 수성구 부구청장, 대구시 녹색환경국장, 일자리경제본부장, 대구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고위직 관료 출신이다. 공직 생활 중 틈틈이 쓴 시들을 묶은 것이 이번 시집이다. 그와 지난 27일 수성구 한 카페에서 만나 첫 시집과 관련한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었다.

첫 시집 '생각의 풍경'을 펴낸 신경섭 시인. '생각의 풍경'은 삶에서 느낀 애환과 타인에 대한 연민 등을 풀어낸 시집이다. <사진=조현희기자>
공직자인 그가 시(詩)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짧은 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린 것이 계기였다. 시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는 자신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지인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때 지인들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시 아니냐"였다. 등단이란 제도가 있으니 도전해보라는 권유도 잇달았다. 그렇게 쓴 글들 중 5편을 뽑아 공모했고, 첫 공모한 '대구문학' 시 부문에서 2013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등단 이후 첫 시집이 나오기까지는 12년이 걸렸고, 시인은 지난해 공직에서 퇴직했다. 하지만 퇴직을 기념해 낸 건 아니다. 그는 "공직자들이 보통 퇴직 즈음 정리 차원에서 새 도전을 하곤 하지만, 저는 굳이 시기를 계산하지 않았다"며 "'언젠가 내 시집 한 권쯤은 내야 하지 않겠나' 하며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이번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집은 '풍경의 창' '시간 여행' '존재의 거미줄' 크게 세 갈래로 구성돼 있다. 시인은 이를 각각 가슴, 머리, 가슴과 머리 사이라 설명했다. 가슴은 감정, 머리는 철학이라 할 수 있다. 가슴과 머리 사이는 그 둘의 사이다. 이 세 가지가 모여 시인의 '생각의 풍경'을 이룬다. 총 90편 가까이 되는 시들을 관통하는 것은 삶에서 느낀 애환과 타인에 대한 연민이다. 누구나 겪는 애달픔의 감정과 주변부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작품 전반을 감싼다. 해설을 쓴 이상규 시인(경북대 명예교수)은 "그가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의 위치는 중앙이나 중심부가 아니라 변두리나 모서리 혹은 가장자리이다. 그의 신분은 중심부이지만 그의 문학적 시각은 변두리"라고 평했다.

생각의 풍경/신경섭 지음/문학공간/152쪽/1만3천원
'서민의 삶은 구차함을 먹고 산다고/ 그 위에 빛나는 한 끼 오만 원의 스테이크// 어디에서 만날까/ 뜨거운 기름기와 차가운 눈물// 없는 틈/ 그곳을 비집고/ 희망의 틈을 찾아야 하는 나는/ 텅 빈 화선지가 그립다' ('모서리에 서서' 중)
이런 그의 시들은 일상 속 경험과 맞닿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신천 음식물 처리기계 앞에서'와 '모서리에 서서'가 있다. '신천 음식물 처리기계 앞에서'는 대구시 녹색환경국장 시절 서구에 위치한 음식물 처리시설을 시찰 후 쓴 작품이다. 신 시인은 "녹슨 기계가 철컥거리며 인간이 버린 음식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면서, '저 기계가 어둡고 지저분한 곳에서 우리를 위해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모서리의 서서'는 수성구 부구청장 시절 노점상 아주머니와의 만남에서 탄생했다. 단속으로 갈 곳을 잃고 찾아온 민원인의 모습을 접하고 남은 안타까운 마음을 풀어낸 작품이다.
'땀만으론 부족해 피,/ 피만으론 부족해 혼,/ 그 속에서/ 온전히 자유로움을 느낄 때/ 비로소 권위는 선다' ('조성진' 중)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보고 쓴 '조성진'이란 시도 있다. 치열한 노력 끝에 무대에 오른 예술가의 모습에서 받은 감동으로, '권위'라는 언어를 그만의 시선으로 재정의한다.
신 시인은 자신의 시집을 "길게 보면 60년, 짧게 보면 지난 20년 간의 삶의 모습과 기쁨·슬픔·애환의 흔적, 그리고 저 아닌 이웃들의 모습을 고민하며 탄생한 시집"이라고 소개하며 웃음지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