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기계면 고인돌 5기 새 보금자리 찾아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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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31 17:34  |  발행일 2025-08-31
토지소유주의 이동 요청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한 것


최근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로 올겨진 고인돌 전경.과거 경지정리과정에서 옮겨져 상석 5기가 붙어 있다.<포항시 제공>

최근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로 올겨진 고인돌 전경.과거 경지정리과정에서 옮겨져 상석 5기가 붙어 있다.<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인비리의 한 사유지 논가, 삐져나온 잡풀 사이로 덩그러니 놓여있던 거대한 바위들이 자취를 감췄다. 수십 년간 농로 한편을 차지하며 농기계 통행을 방해하던 '애물단지' 상석들이 인근 현내리의 기계새마을운동발상지운동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포항시는 인비리 49번지 일대에 방치됐던 청동기 시대 고인돌 상석 5기를 최근 이전 안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기계면 일대는 포항 전체 고인돌의 41%가 밀집한 선사 유적의 보고다. 하지만 이번에 옮겨진 상석들은 1970~80년대 경지 정리 사업 당시 포클레인에 밀려 한곳에 뭉쳐진 채 원형을 잃은 상태였다. 이 일대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은 "예전엔 저게 고인돌인 줄도 모르고 그저 농사짓는 데 걸리적거리는 큰 돌덩이로만 여겼다"며 "논 모양을 잡느라 구석으로 몰아두었던 것들이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부지 소유주는 최근 건축을 준비하며 이 상석들로 인해 토지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유지 내 유물은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늘 민원의 대상이 된다. 시는 올해 초 매장유산 표본 조사를 통해 상석 하부에 별도의 유구나 유물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미 제 위치를 벗어난 '이동 유물'이라는 점이 명확해지자, 국가유산청 유적발굴과와의 협의를 거쳐 이전을 최종 결정했다.


이전 작업은 매장유산 전문가가 입회한 가운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새로 옮겨진 운동장 부지는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아 유물의 교육적 활용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시는 단순 안치에 그치지 않고 방문객들이 선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에 고인돌 문화 해설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정혜숙 포항시 문화예술과장은 "인근 인비리 암각화의 높은 학술 가치를 고려해 경북도 문화유산 지정을 함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전은 사유재산권 행사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해묵은 갈등을 행정 절차를 통해 매듭지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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