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생명 위협하는 허술한 군(軍) 총기 관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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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4 09:09  |  수정 2025-10-02 15:15  |  발행일 2025-10-02

◈국민 생명 위협하는 허술한 군(軍) 총기 관리



그저께 새벽 대구 수성유원지에서 발생한 현역 대위의 총기를 이용한 극단적 선택은 표면적으로는 한 개인의 아픔이다. 하지만 그가 K2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자신이 근무하던 경북 영천에서 대구로 이동하면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대의 총기관리 시스템에 의문이 제기된다. 군의 안일한 총기 관리가 국민을 잠재적 위험 앞에 노출시킨 것이다. 총기는 부대를 벗어난 순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육군 50사단의 신병이 자대 배치를 위해 렌터카를 타고 이동한 뒤 총기를 두고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군 당국이 사흘간 총기 분실 사실마저 몰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군대의 총기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국민은 불안감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은 수십년간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외쳐왔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구멍이 뚫리는 일이 빈번하다. 총기 관리의 기본은 절대적 통제다. 사용 시기와 장소가 철저히 통제되고, 반환과 점검 절차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육군 대위 사고는 총기 반출 과정에서의 확인 절차, 보관소 관리, 지휘 보고 체계 등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이다. 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지만, 예전처럼 총기 관리 강화라는 선언적 구호에 그쳐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관리 시스템을 뿌리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총기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군 기강의 기본부터 흔들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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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바가지요금 경고, 새 지방관광정책 마련 기회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광지 바가지 요금이 지방 관광 활성화를 막고 있다며 단속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바가지 요금 근절을 주문했을 정도로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의 십수만원짜리 갈치는 바가지 요금 단골 메뉴다. 최근에는 울릉도 비계 삼겹살과 강원도 속초 오징어 가게의 불친절, 부산 자갈치 시장의 7만원짜리 해삼까지 SNS를 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바가지 요금은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단순한 먹거리 뿐만 아니라 새해 첫 날 등 특정일이나 휴가철이면 급등하는 숙소 가격도 문제다. 공급이 부족해 발생하는 일이지만 방치하기에는 사회적 피해가 크다. 불친절도 마찬가지다. 내국인 관광객은 차치하더라도 지방 도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한류 바람까지 멈추게 할 수 있다.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라 외국인들이 끊이지 않지만 지방은 다르다. 호기심에 찾은 도시에서 겪은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은 방문객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다른 외국인에게도 찾고 싶지 않은 도시로 각인될 수 있다.


바가지 요금을 근절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일본 방문 우리나라 관광객이 연간 900만명이지만, 우리나라 방문 일본인 관광객은 300만명이다. 일본 26개 지방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은 인천과 김포에 한정되어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방 도시와 직항 노선이 없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을 찾기 어렵다. 대형 여행사들이 좌우하는 지방 제외 여행 상품이나 다양한 볼거리 부재가 오히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참에 정부가 새로운 지방 관광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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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직전 대결구도 재연한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얼마나 고약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일각에서는 6.25 전쟁 직전의 냉전구도가 복원되고 있다고 분석할 정도다. 전승절은 1945년 9월3일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에 승리한 날을 기념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후 4년간의 내전 끝에 장제스 국민당 군대를 대만으로 내쫓고 중국을 통일했다. 이어 1950년 옛 소련(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북한 김일성 정권이 도발한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남북 분단이 고착된 배경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전 예고대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걷거나 함께 망루에 자리하면서 연대를 과시했다. 이들은 반(反)서방, 반미(反美) 전선을 구축한 권위주의 독재국가의 리더들이다. 특히 김정은의 북한은 현재 푸틴의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중이다. 시 주석은 기념식사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저뚱-덩샤오핑 주의'을 계승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설파했다. 중국은 한국의 이웃 나라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이념의 궤적과 체제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중국은 대만 흡수와 침공을 공언해 왔다. 여기다 김 위원장까지 끌어들이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도전적 구도를 만들고 있다.


2025년 한국은 10대 국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질서는 한반도 전쟁이 터지던 70~80년 전과는 판이하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엄연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시 주석은 이날 '공정한 글로벌 지배체제'를 언급, 미국의 경제 패권주의를 겨냥했다. 중국은 경제와 안보 양 측면에서 미국과 함께 늘 안고 가야 할 상수가 됐다.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선택은 그래서 늘 긴장속에 지혜로워야 한다. 그게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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