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지방서 기업활동 억울하지 않게' 약속 지켜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경기도 한 기업체를 방문해 가진 K-제조업 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지방에서 기업하는 게 유리하지는 못해도 억울하지는 않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강소기업들의 혁신과 성장 비전을 제시하며 기업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일자리 측면에서 제조업은 정말 중요하다. 모두가 성장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한 기업데이터연구소가 국내 500대 기업의 본사 소재지를 조사한 결과, 500대 기업 중 284곳(56.8%)은 서울에, 101곳(20.2%)은 인천과 경기에 본사가 있다. 대기업의 8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지자체들이 대기업 본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도 혁신도시 지정과 이전 보조금 정책 등을 시행했으나 일부 공공기관 이전에 그쳤다. 이러니 지방 경제는 갈수록 침체하고 매년 수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수도권 편중이 개선돼야 한다. 수도권은 교통 등 인프라, 인력, 정보 접근성 등에서 기업을 경영하기에 전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좋은 조건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옮길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하고 명분 있는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용지, 세금 등에 있어서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지방기업에 대한 약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빠른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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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망루의 북·중·러, APEC 역할 더 중요해졌다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서서 국제사회에 반미(反美) 삼각연대를 부각한 데 대해 어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가능성'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반미 연대가 강화될 가능성, 또 하나는 북한이 중·러와 돈독해진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둘은 상반된 상황의 예측이다. 이중 한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그 유용한 지렛대가 경주 APEC 정상회의다. 역설적이지만,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을 때 평화를 위한 대화 가능성은 더 커진다.
천안문 성루의 '그림'은 큰 긴장감을 줬다. 이들의 연대는 신냉전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읽혔다. 김정은도 향후 예상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는 소득을 얻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한 북한의 도발수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우리에겐 상당한 안보적 부담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오늘 인류는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립, 상생과 제로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평화로, 대립에서 대화로, 제로섬 게임에서 상생으로 전환하는 지렛대로 경주 APEC을 활용하는 건 어떤가.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점을 십분 활용해 지금의 대결 구도를 완화시키야 한다. 그게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APEC 참석이 유력한 만큼 이들의 만남은 대립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만큼 판문점 등에서의 북·미 또는 남·북·미 회동도 시도해봐야 한다. 경주 APEC은 우리로선 도전의 외교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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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탓에 경상수지 급감 전망, 대비책 서둘러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부터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여파로 우리의 수출 둔화세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이 같은 전망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고음이나 다름없다. 올해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지만, 내년부턴 '수출 절벽'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게 해외 IB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올해 5.1%에서 내년 4.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수출입을 비롯한 국가의 대외 수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 비율의 하락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닥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 세계교역량이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우리나라 재화 수출은 미국의 고관세 직격탄을 맞아 0.1%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1%대 저성장의 터널에 빠진 상황에서 '수출절벽'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온다. 경제활력이 더 떨어지고, 일자리 감소와 성장률 둔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13조 원을 공급하는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관세폭탄을 헤쳐 나가려면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인공지능,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등 유망산업을 육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경고음을 외면하지 말고,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도약시킬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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